보쿠토 코타로는 끝내주는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뒤, 늘 자신의 세터인 아카아시를 쳐다보는 버릇이 있다.
“......”
뭘까나, 이딴 버릇 따위 눈치채서 어쩌라고.
“쿠로. 서브.”
쿠로오는 봤냐! 봤냐고 아카아시! 라고 외치는 보쿠토에게서 시선을 떼어 켄마의 손에서 공을 받아들였다. 아직 이쪽은 게임중이었다. 가볍게 고개를 틀어 잡념을 떨쳐냈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고 공을 위로 던진다.
“점프 서브야!”
맞은편 코트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화악, 유연하게 뒤로 젖혀진 허리가 탄력있게 굽혀지며 라인 안쪽으로 아슬아슬하게 공을 쏘아보낸다. 신젠 고교의 리베로가 아슬아슬하게 공을 받아내지 못하고 바닥에 배를 깔고 미끄러졌다.
“오오! 주장! 멋져!”
“한번 더 서브!”
가볍게 튕겨온 공을 다시 받고 손바닥 위로 가볍게 굴린다. 다시 공은 위로 높게 떠올랐다. 가볍게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쿠로오의 몸이 다시 당겨진 활시위처럼 유연하게 긴장하기 시작한다. 두 코트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모인 가운데 잔뜩 긴장한 상대편 신젠 고교의 선수들이 무릎을 굽히고 리시브를 준비했다.
탕, 하고 가볍게 튕겨진 공이 네트 안쪽으로 아슬아슬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와악!”
“페인트!”
이번엔 아슬아슬하게 공을 띄운 신젠 고교가 공을 연결했으나 자세가 무너진만큼 위력적인 공격이 들어오지 못했다. 예이~ 이죽거리며 코트 안쪽으로 뛰어들어온 쿠로오는 A속공으로 스파이크를 날리는 토라의 뒤에서 블록에 튕겨진 공을 받아내 켄마에게 보냈다. 그 직후 켄마의 능숙한 투어택으로 마침내 스코어는 결정되었다.
“저걸 받아냈어!”
“역시 네코마!!”
“25-21, 네코마 승!”
신젠 고교의 녀석들이 끙, 하며 플라잉 코트를 시작하는 것을 이죽거리며 내려본 쿠로오의 얼굴은 악당 그 자체였다. 타올을 목에 건 쿠로오는 이제 막바지로 치닫는 우부카와와 후쿠로다니의 시합을 관전하기 시작했다.
“다음 시합은 후쿠로다니와 우리인가?”
“저쪽도 후쿠로다니가 이기겠는데.”
“쳇. 이번엔 이기자!”
통산 11승 15패, 이번 여름방학 합숙 현재까지의 스코어였다. 후쿠로다니 다음으로 승률이 높은 네코마였지만 결정력이 부족한 네코마로써는 후쿠로다니에게 한발 밀리는 감이 있었다.
25-22의 스코어로 후쿠로다니가 우부카와를 이긴 뒤 간단히 코트를 정비해 네코마와 후쿠로다니가, 그리고 카라스노와 신젠이 코트를 채웠다.
“제대로 막아! 블록!”
“이익!”
짙은 땀냄새와 그보다 더 짙은 승리의 냄새.
고작 공놀이일 뿐인데도 이 공을 올리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후회되는 것을 알기에 필사적으로 몸을 바닥 위로 나동그라뜨렸다.
“켄마!”
야쿠의 연계로 이어진 공을 켄마가 받자 마자 쿠로오는 다리를 굽혀 점프했다. 히죽, 웃으며 정면으로 점프해 블록하는 보쿠토와 눈을 마주치자 마찬가지로 형형한 눈으로 살벌하게 웃음을 띄운다. 쿠로오의 스파이크가 보쿠토의 손끝을 맞고 아웃되어 그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예이~”
“크윽! 오늘 컨디션 장난 아니잖아, 쿠로오!”
“아아? 이게 내 평소 실력입니다만?”
그게 진짜냐아! 라며 보쿠토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승부욕을 잔뜩 불태웠다.
코트 위의 열기가 치열해진다. 네코마와 후쿠로다니는 엎치락 뒤치락 점수 차이를 서로 2점 이상씩 벌리지 못하고 그대로 20점대까지 스코어를 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후쿠로다니 공격에 전위, 보쿠토. 네코마의 전위 쿠로오.
로테이션상 최고의 공격력이 되는 이 상황에서 아카아시가 보쿠토를 쓰지 않을 리 없다. 쿠로오는 바짝 긴장하며 혀를 내밀어 입술을 햩았다. 이글이글하고 마주 웃는 보쿠토의 얼굴에는 열정이나 승부욕과도 비슷한 얼굴이 불타고 있었다. 저 눈을 보면 늘 침착한 쿠로오로써도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쿠로오는 자신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로 보내!”
군더더기 없는 A퀵! 화악 하고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보쿠토의 눈동자에 정신이 팔린 쿠로오가 반박자 늦게 팔을 들어올리고 점프했으나 날카로운 스파이크는 그대로 쿠로오의 팔을 제치고 타앙! 무자비하게 그 공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보쿠토가 주먹을 불끈 쥐고 당혹한 쿠로오의 얼굴을 뚫을 듯이 노려보며 외쳤다.
“헤이헤이헤이!!”
“크읏!”
“어떠냐 쿠로오!! 이 몸의 스파이크가아!”
“아아-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네, 진짜.”
망할, 이게 공식전이었으면 교체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미스다. 켄마의 눈초리가 볼을 꾹꾹 누르는 느낌에 쿠로오는 하하.. 하고 억지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보쿠토의 금색 눈동자가 화르륵 불타올랐다.
보쿠토 코타로는 끝내주는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뒤, 자신의 세터인 아카아시를 쳐다보는 버릇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