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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남x쿠로오 묘사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 클알못주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라며, 정장 입어야 되냐?
어렵게 물어본 쿠로오의 말에 보쿠토는 체육관 천장이 떠나가라 웃다가 쿠로오에게 엉덩이가 걷어차였다. 격식 있는 자리도 아니고 그냥 또래 애들 모이는 자리니까 아무거나 입고 와도 된다고 말했지만 쿠로오는 도무지 옷을 고를수가 없었다.
억울한 일이지만 파트너란 소리를 듣고 나선 평소엔 잘만 입고 다니던 티셔츠며 바지가 다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교복 아니면 체육복이나 유니폼만 입고 있는데 옷을 살 시간이 있어야지. 결국 한시간을 넘도록 고심해 검은 반팔티에 검은 긴바지라는 꽤 답답한 옷차림을 선택한 쿠로오는 건물 입구에 도착해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여기 클럽 아냐? 보쿠토, 우리 미성년자라고.”
“오늘은 영업 안 해. 우리가 전세냈거든.”
아무리 봐도 영업 하는거 같은데!? 쿠로오는 표정을 숨기는 일에 능숙하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편이었으나 지금 이 상황에선 얼빠진 표정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쿠로오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보쿠토는 쿠로오의 손목을 쥐고 당당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문지기처럼 입구를 지키턴 남자들도 미성년자인게 확실한 둘이 들어가도 별말 않는걸 보니 정말 영업을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는데..
‘뭐야 이게.’
양쪽으로 열리는 문 뒤로는 꽤 넓고 단이 낮은 계단이 있었다. 양 옆으로 갈라져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은 톤이 낮은 붉은색이었고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꼭 핏빛처럼 보이기도 했다.
2층으로 끌려 올라가니 복도에 서서 서성거리는 몇몇 녀석들과 눈이 마주쳤다. 여자 남자 가릴것 없이 섞여있었고 그 나잇대도 제각각이었으나 공통점은 존재했다. 모두 외모가 보통이 아닐 정도로 준수했고 옷차림도 쿠로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요란했다.
“저기, 혹시 파트너..”
“비켜, 비켜.”
보쿠토와 쿠로오가 2층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몇몇 여자애들이 눈을 반짝이며 앞으로 나섰다. 당황해 혀뿌리가 얼어붙은 쿠로오와 달리 보쿠토는 익숙하단 듯 손을 홱홱 저어 여자애들을 뿌리치고는 왼쪽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아래와 마찬가지로 문지기들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 보쿠토를 들여보냈다. 그리고 여기가 진짜라는 듯 드러난 문 안은, 묘한 향기가 났다. 허브 같기도 아로마 같기도 했지만 조금 은밀한 느낌이다.
“보쿠토.”
쿠로오는 입 안으로 보쿠토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들리지 않는것 같았다. 이름을 목 안으로 꿀꺽 삼키는데 꼭 그걸 알아차린 것처럼 보쿠토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곤 쿠로오의 귀에 입술을 대고 작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이상한거 들었을수도 있으니까, 음료수 함부로 먹지 마. 얘긴 해 두겠지만 장난기 많은 녀석들이 있어서.”
이상한거 뭐!? 라고 채 묻기도 전에 쿠로오는 화끈거리는 시선을 밑으로 내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둘 곳이 없었다. 고개를 들면 바로 헐벗다시피 해선 화려한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샴페인 잔을 담은 쟁반을 들고 또각또각 걷고 있었고.. 잠깐만, 저 분이 웨이트리스였어!? EDM음악이 귀를 먹먹하게 울리고 화려한 조명이 공간을 채웠다. 넓은 거실처럼 카펫이 깔린 공간은 어둑했고, 중간중간 놓여진 탁자와 소파엔 옷도 벗지 않고 아랫도리를 드러낸 두 남자와 그런 남자의 성기에 맨발을 올린 여자가 술잔을 들고 낄낄거렸다. 너무 낯설어서 겁이 더럭 날 정도인데, 보쿠토는 이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성큼성큼 걸었다. 그 등에 거의 붙다시피 해 걷다보니 아는 녀석들을 만난 듯, 보쿠토의 손이 번쩍 치켜 올라갔다.
“보쿠토 간만이다?”
“헤이헤이, 오랜만!”
“네 파트너야? 흠.. 분위기 좋은데? 어디 에이전시에 있어?”
“아아, 쿠로오는 모델이 아니고 내가 데려온 녀석이야! 운동하는 녀석이니까 약은 먹이지 마!”
“야. 보쿠토.”
“쿠로오, 대충 즐기고 있어!”
“얌마!”
“몸 좋다 너. 파트너 없으면 나랑 놀래?”
보쿠토는 긴 생머리 여자와 반갑게 인사하더니 능숙하게 여자의 허리를 휘어잡고는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보쿠토의 뒤에서 팔을 뻗던 쿠로오의 손이 허공에 멈칫 굳었다. 빈 소파에 여자를 눕히다시피 하더니 여자의 치맛속으로 보쿠토의 손이 파고드는걸 본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욕을 중얼거렸다.
시발.
쿠로오는 짜증스레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제 옆구리를 찌르며 붙어오는 여자에게 적당히 둘러대곤 자리를 피했다. 발목까지 올 정도로 푹신한 카페트 때문에 성큼성큼 걸을 수도 없었다.
아무리 저랑 붙어먹는다고 해도, 처음에 막나가는 척을 좀 했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곳에 자신을 떡하니 버리고 가버릴수가 있단 말인가. 쿠로오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주류를 홀짝이는 사람들도 빈 접시를 옮기던 웨이터의 머리채를 잡아 자기 바지춤으로 이끄는 사람들도 모두 수치심이란걸 어머님 뱃속에 놔두고 온 것처럼 굴기 시작하는 아주 이상한 공간이었다. 심지어 그 보쿠토조차.
어제까지만 해도 속 뻔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그와 섹스하고 나서부턴 점점 보쿠토를 알 수가 없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쿠로오는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보쿠토가 자신을 이리 데려온 건 그냥 편하기 때문이겠지. 이런 곳에 데리고 와도 별 말 않고 그냥 알아서 놀다 갈 녀석이라고 생각한.. 그런 거.
잠시나마 파트너란 소리에 들떴던 자신이 얼간이처럼 느껴졌다.
커다란 고무나무 화분 옆으로 피한 쿠로오는 남자여자 구분 없이 뒤엉키기 시작하는 소파에서 눈을 떼어 억지로 눈앞의 이파리에 고정시켰다.
그러나 보쿠토의 흐릿한 머리카락이 소파 너머로 언뜻 비칠때는 저도 모르게 그리로 눈이 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알아주지도 않는데 여기 있다고 스스로 사슬에 목을 맨 개나 다름이 없다. 얼마나 웃긴 꼴인지.
쿠로오는 보쿠토의 말마따나 약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음료수를 거절하고 두 팔로 가슴 앞에 단단히 팔짱을 꼈다.
“어라, 저 아가씨가 왠일로 이 파티에 왔대?”
“아가씨? 아~ 아미 말이지? 그야 뭐 보쿠토 때문이겠지.”
“어라? 설마 그 소문 진짜야?”
“진짜니까 저러고 있겠지..”
재잘대는 목소리에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웠다. 스치듯 지나가는 이야기라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질보다 양이라고, 지나가는 사람 열이 있으면 그중 셋은 보쿠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화제 만발이구만.
어디인지 모를 정부 각료의 막내딸과 보쿠토네와 연관된 무슨 해운업체가 어쩌구 저쩌구.. 학교공부도 딱 필요한 데까지만 처리하고 신문도 읽지 않는 고등학생인 쿠로오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딱 거기까지였다.
“약혼 하는걸까?”
“아미쪽이 아무래도 처지는데.. 재임기간 4년 안에 꽉 잡으려들지 않겠어?”
“아하, 그래서 저렇게 몸이 달았구나아..”
물론, 쿠로오도 약혼이란 단어 정도는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그녀들을 향해 한발작 내딛었다가, 입만 벙긋대고 다시 천천히 손을 내렸다. 방금 그 말이 사실이냐고 물어서 뭐하게. 쿠로오는 멍하니 소파를 쳐다보다, 갑자기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선 자신을 찾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하는 보쿠토와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
제 표정을 뭘로 생각한건지, 벙긋 웃더니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라는 양 손짓을 한다. 보쿠토의 가슴께에 새하얀 여자의 무릎이 봉긋 솟아 있었다.
가슴 한쪽이 콱 막혀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쿠로오는 제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냥 여느때와 같은 미소로 보이기만을 바라며 뒤를 돌았다.
한참 걸어 계단이 나오길래 올랐다. 윗층의 상황도 아랫층과 별다를 바 없었고, 쿠로오는 창을 마주보고 기둥에 기대어 섰다.
여자랑 자는 녀석이란거 알고 있었고, 보쿠토는 게이도 아니고, 나랑 섹스하는 것도 그저 편해서 그럴 뿐이란걸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어쩌면, 이라고 생각했던 게..
“그 녀석이 바보같은게 하루이틀인가..”
쿠로오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곳에 도착한지 고작 삼십분이나 지났나 싶은데 로드워크를 세시간은 뛴 것처럼 피곤해졌다.
쿠로오에겐 운동부 남고생 특유의 활기가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와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은 보여주기 위한 근육과 달리 꽤나 야생의 것 같은 냄새가 났고 파티에 온 상류층의 자제들은 보는 눈이 있었다.
적당히 놀게 생긴 야살스런 얼굴에 탄탄한 몸뚱아리, 몇몇 사람들이 쿠로오를 발견하고 집적댔으나 쿠로오는 그저 고개를 흔드는 것만으로 가볍게 그들을 떼어냈고 그들은 꽤 선선히 그러마 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매너는 있어서 다행이네.
삼십분이나 혹은 한시간쯤 되었을까,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발바닥이 불편해 발을 꼬물거리는데 허리춤이 선뜩했다.
아차 하는 순간 왠 남자가 쿠로오의 허리를 휘어잡고는 벽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두꺼운 팔이었다.
“헉..!?”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너 여자 취향은 아니지?”
제기랄. 쿠로오는 저보다 몸통 하나는 더 붙여놓은 듯한 두툼한 살집의 남자에게 보이지 않게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쿠로오의 귓가 바로 옆에서 울렸다. 그럼 키가 못해도 2M는 된다는 소린데.. 리에프보다 큰 사람은 처음이었다.
손을 들어올려 허리를 감싼 남자의 손을 손가락 하나하나 떼어내고 있자니 가슴속에서 천불이 솟을 정도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일행이 있어서요.”
“한시간동안 방치하는 파트너? 버리지 그래. 누구랑 같이 온 줄은 몰라도 모델이라면 나한테 자라 보여서 나쁠 건 없어.”
귓가에 대고 느물대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저절로 소름이 끼쳤다. 쿠로오가 저도 모르게 남자의 가슴을 뒤로 밀치자 그는 쿠로오가 자길 밀치는걸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쿠로오의 팔꿈치를 꽉 쥐고는 오히려 쿠로오의 팔을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현역 운동부 주전인 쿠로오마저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남자의 두툼한 손바닥이 쿠로오의 엉덩이를 쥐고 콱 비틀어 올리자, 그제서야 급해진 쿠로오는 기겁하며 남자의 품에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미친, 누가 좀, 도와줘!
“아, 아카아시!!”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얼핏 아카아시를 닮은 사람을 발견해 소리쳤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카펫을 밟고 가까이 다가온 인영이 정말 그 아카아시인걸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카아시는 엉망인 저의 얼굴을 보곤 무어라 말을 할 것처럼 입을 뻐끔거리더니 이내 남자의 손을 떼어내고 쿠로오의 허리에 제 손을 대신 감았다. 하아하하.. 쿠로오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카아시의 어깨를 주춤 팔로 감싸 안았다.
“여기 있었군요.”
“기다렸..잖냐. 하하.”
“룸에서 기다리라고 했더니. 정말이지.. 오랜만입니다. 카부토 씨.”
“뭐야. 모델인 줄 알았는데 네 쪽에서 데려온 녀석?”
“그렇습니다. 알다시피 약은 하면 안되는 사람이거든요. 실례하겠습니다.”
“아쉽네. 뭐, 다음에 질리면 이리로 보내든가.”
쿠로오는 등에 쭈뼛 소름이 돋았다. 저 남자가 하는 말이, 사람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제 밑으로 쥐락펴락하는 짐승보다 못하게 보는 저 눈이 진짜라는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쿠로오는 제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눈치가 비상한 편이었고,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이 곳은 정말 말도 안되는 곳이었다.
“일단 이리로.”
아카아시는 쿠로오의 손목을 잡고는 어딘가로 이끌었다. 무광으로 된 검은 문 앞에서 쿠로오는 잠시 멈칫했으나 방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턱하니 내뱉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들이 있었던건지 테이블 위는 먹다 남긴 안주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여유를 조금 되찾은 쿠로오는 알 굵은 체리 한알을 입에 던져넣고는 으적 씹으며 허리에 긴장을 풀었다. 몸뚱이가 푹신한 소파로 푹 꺼져들었다.
“물 드시겠어요?”
“아아.. 고마워.”
아카아시가 건네준 물은 미지근했지만 오히려 마시기 편했다. 레몬맛이 살짝 나는 물을 꿀꺽 삼키자 꼭 이야기를 시작해보라는 얼굴로 맞은편에 앉은 아카아시가 눈을 마주쳐왔다.
의외로 먼저 입을 연 것은 그쪽이었다.
“혹시나 해서 묻지만, 선배가 보쿠토 씨가 데려온 파트너입니까?”
“당분간 그 또라이 부엉이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파티라고 데려온 게 이딴 곳인 줄 알았으면 두들겨 팼을 테니까.”
“...선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요?”
“그래.. 하. 생각할수록 짜증나네.”
쿠로오는 그리 투덜거리며 아예 과일접시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그릇에 담긴 포도알을 껍질째 씹었다. 생각해보니 저녁도 못 먹고 와서 망부석처럼 서 있기밖에 안 했다.
재밌는 곳이라더니 그게 누구 기준으로 재밌다는건지 알만 했다. 아직까지 딱히 보쿠토 외의 사람과는 섹스하고 싶지 않은 쿠로오로써는 재미도 적응도 어려운 파티였다.
이곳에 들어와서야 긴장이 풀린 듯 보이는 쿠로오를 빤히 쳐다본 아카아시는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 바짝 굳어 긴장한 채 절박하게 제 이름을 부르던 모습이나 배고픈지 과일을 끊임없이 집어먹는 모습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반응이었다. 아카아시는 테이블 밑의 벨을 눌러 웨이트리스를 호출했다.
“..알겠습니다. 조금 뒤에 무사히 집에 보내드릴테니까. 일단 식사 하시겠어요?”
“어라, 여기 배달도 돼?”
배달도 되긴 하지만 주방에 주문하는 편이 낫습니다.
벨을 누른지 1분도 되지 않아 문이 달칵 열리곤 예의 그 남사스러운 차림의 웨이트리스가 부르셨나요? 하고 물어온다. 아카아시는 쿠로오에게 먹고싶은 음식을 물었으나, 설마 그 입에서 꽁치구이라는 음식이 튀어나올지는 몰랐다.
“그럼 꽁치구이 백반을.. 재료가 있습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횟감용 꽁치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여자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 그제서야 쿠로오의 나직한 한숨소리가 들렸다. 아카아시는 쿠로오가 내내 말이 없던 것이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곤 어쩐지 즐거워졌다.
그 쿠로오 테츠로가 긴장이라니. 확실히, 이런 곳이 아니었다면 전국대회 결승전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얼굴이겠지.
아카아시는 다시 자리를 고쳐앉았다. 그리고 아마도 보쿠토 선배에 대한 것을 물어보려고 했었다. 쿠로오 선배를 데려온 그 분은 지금 대체 어디서 뭘 하고 계신답니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쿠로오의 목소리가 반박자 빨랐다.
“아카아시,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뭐죠?”
“보쿠토 녀석, 약혼녀가 있었냐?”
턱을 괴고 시선을 엉뚱한 데에 고정시킨 채,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물어온 말이었지만 아카아시는 그를 네트 너머에서 2년 이상 마주한 자신의 감을 믿었다.
저 문장에 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묵직한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잤구나, 두 사람.
육감과도 같은 깨달음이었다.
보쿠토 선배가 아무나 이런 파티에 데려오진 않았을 테니까. 그럼 요즘 선배가 스테디하게 만나고 있던 게 쿠로오 선배였다는 뜻이다.
뭐에요, 선배. 보쿠토 선배랑 섹스하고 다닐 정도면서 고작 이런데에 놀라시다니. 짖궂게 놀려주고 싶었지만 아카아시는 그 대신 쿠로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선택했다.
“있습니다.”
“흐응..”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그 눈동자가 금새 복잡하게 가라앉는걸 볼 아카아시는 저도 모르게 쿠로오가 좋아할 만한 말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집안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진 사이에요.”
“......”
“원래, 이쪽은 결혼을 비즈니스로 생각하니까요. 아마 보쿠토 선배도..”
아카아시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말이 많았다. 쿠로오는 제가 그를 위로하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어느새 평소의 그 여유로운 웃음을 매달고 있었다.
“왜 웃는 겁니까.”
“아니 왠지~ 상냥해서 반해버릴 것 같다 싶어서?”
“네네. 제가 상냥한건 하루이틀일이 아니니까요.”
“푸핫, 방금 내 대사 표절한거야!?”
“아닙니다.”
“아니라고? 흐음?”
씩 웃으며 저를 올려보는 그 표정은 평소처럼 느물느물했다. 아카아시는 그 변화에 저도 모르게 안도하며 주먹을 꽈악 쥐었다. 저도 모르게 그 제멋대로 뻗친 머리 위를 쓰다듬을 뻔 했기 때문이다.
아카아시! 아카아시 어려워! 아카아시 잘생겼어!! 근데 어려워ㅠㅠㅠ!!!!!!!!!!
후엥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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