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피드백 감사합니다:D!
[URYYYY-!!!! 파츠 워우 B클래스 디스크!! 잘 왔다 멍청이들-!! 오늘 밤, 도쿄 동부의 강자! 네코마에게 도전장을 내민 건 하이웨이 캐논-!!!]
팀 네코마의 배틀 에어리어는 네코마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다섯개의 낙차있는 건물이다.
건물과 건물의 사이가 멀고 발디딤으로 쓸만한 장소가 제한되어있으며 옥상 위도 장애물로 가득 찬, 처음 에어리어를 접한 팀에겐 상당히 까다롭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네코마에겐 익숙한만큼 쉬운 전장이겠지만. 하지만 그런 에어리어에 도전장을 내민 팀도 상당히 유명한 팀이었다.
하이웨이 캐논볼, 도로주행을 즐기는 스피드형 팀이다.
토너먼트에서의 부상 뒤 처음 복귀하는 쿠로오를 노린 앰블럼 배틀로, 세력의 균형이 완벽하게 나뉜 도쿄에서의 간만의 큼직한 배틀이었고, 당연히 전국의 관심이 쏠려 플러그맨의 중계 하에 딥넷에서 배틀이 중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주변의 건물로 조그만 화면이 아닌 이 두 눈으로 직접 상위 클래스 라이더의 러닝을 확인해두려는 스톰 라이더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더의 부상 직후를 노리다니, 계획적이네.”
“전략이지.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면 리더가 나서진 않을거야. 저 팀엔 ‘전’ 송곳니가 있으니까.”
“하이웨이 캐논도 만만한 팀이 아닌데?”
“그러니까 그 쪽은 네코마팀과는 타입이 다르다니까? 스피드형 캐논볼 팀이잖아, 이쪽은 디스크에선 단 한번도 패배한 적 없는 B클래스라고?”
그 ‘네코마’의 시합인데다, 스피드로는 근방에서 따라올 팀이 없다는 유명 팀의 배틀이었다. 주변에서 난다긴다하는 라이더들이 배틀 에어리어가 잘 보이는 곳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 주변 건물의 옥상이 제법 빼곡해지기 시작했다. 서로 두 팀의 전력을 평가하는 라이더에, 승패를 두고 돈을 거는 라이더, 캠코더를 설치하고 휴대폰으로 각 팀원들의 기록을 리드하는 라이더까지 도쿄 동부권의 라이더들의 모든 신경이 이 배틀에 몰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네코마 고등학교의 정면, 배틀 에어리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일가는 명당자리엔 이미 먼저 온 손님이 있었고 그 어떤 라이더들도 그곳에 다가가지 않았다.
“보쿠토씨, 다리 좀 그만 떠세요.”
“으으. 아카아시!”
현재 8개의 길을 가는 8인의 왕중 하나, 굉음의 왕 보쿠토 코타로. 도쿄 동부의 초강자인 그가 있는 곳에 함부로 다가갈 라이더가 없었던 탓이었다.
“그렇게 살벌하게 섀도우를 피워내니까 아무도 오지 않잖아요.”
“초조한데 어떻게 해!”
초일류급 라이더인 보쿠토가 자신의 배틀도 아닌 남의 배틀에서 신경쇠약에 걸린 것처럼 떠는 이유는 간단했다.
네코마의 리더인 쿠로오 테츠로에게 부상을 입힌것이 바로 본인이었으니까. 라이더를 떠나 서로 절친한 친구사이인 둘이라도 글램 스케일 토너먼트에선 사정 봐주지 않고 싸우는 적이다. 바로 그 배틀에서 보쿠토는 자신의 레갈리아로 쿠로오의 공격을 받아쳐, 라이더에겐 목숨과도 같은 A.T.는 물론이고 전치 4주에 달하는 부상까지 입혔다.
그리고 그날 이후 보쿠토가 A.T.를 신은 쿠로오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새끼손가락보다 더 작게 보이는 쿠로오의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보쿠토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플러그맨의 해설이 매끄럽게 밤하늘을 울렸다.
[파츠 워우 B클래스 디스크! 모르는 얼간이들을 위해 다시 한번 설명한다! 에어리어 안에서 임시로 각 팀의 진지를 정해 디스크를 해당 편의 진지에 가져갈 때마다 1점을 얻어 10점을 먼저 얻으면 승리하는 방식! 단, 디스크를 가져갈 수 있는건 ‘홀더’라는 포지션의 멤버 뿐이며, 상대팀은 ‘현재’ 디스크를 가진 디스크 키퍼만을 공격할 수 있다!]
위험해. 위험해. 쿠로오 부상에서 완치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쉬도 허들도 아닌 디스크라니!
“완전히 노려지고 있을 거 아냐..!”
보쿠토의 목소리와 함께 배틀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밤하늘을 가르고 울린다.
그 신호와 함께 두 진영의 라이더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켄마가 디스크를 가진 채로 달리기 시작했고 곧 세명의 라이더들이 동시에 켄마를 압박해왔다. 더 깊게 들어가지 않는 것은 켄마의 별명이 뭔지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러닝이 막힌 켄마는 디스크를 날려 자신의 머리 위를 날던 쿠로오에게 패스했다. 그러자 마치 그것만을 노린 것처럼 모든 멤버가 쿠로오에게 총 공격을 시도했다.
[하이웨이 캐논-!! 총 공격!! 그러나 이건 비겁한 게 아니라 전략이다!]
“뭐, 흔한 전략이네. 디스크 키퍼를 하나씩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거.”
“먹힐까?”
“나 돈 걸었단 말야-”
라이더들의 평가가 어떻게 엇갈리든, 그 총 공격을 기다렸다는 듯 웃은 쿠로오의 러닝엔 거침이 없었다.
나쁘지 않은 스피드네. 쿠로오는 작게 휘파람을 불며 벽을 박차고 허공에 몸을 띄웠다. 그런데 나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닌가 싶고?
동시에 뻗어오는 하이웨이 캐논 팀의 손아귀에서 마치 순식간에 사라지듯 쿠로오의 몸이 움직였다. 팔을 가볍게 상체를 뒤로 튕겨 피하고, 그 안으로 파고들어 옷깃 하나 스치지 않고 유연하게 빠져나간다. 그림자조차 남지 않는 그의 트릭이 순식간에 다섯명을 제쳤다.
“빠르잖아!?”
“말도 안 돼! 하이웨이 캐논은 최고속도만 200km/hr에 달하는 팀이라고!”
라이더들의 얼굴에 경악의 표정이 떠올랐다. 도심 러닝을 주로 하는 네코마 팀이라고 하지만 스피드로는 전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팀을 일방적으로 따돌리다니!?
[FUCK-!! 시청자들과 관람객, 그리고 상대팀을 우롱하는 ‘대장 고양이’의 러닝! 직선 스피드로는 앞설지 몰라도 온몸의 탄력을 이용한 턴 스피드로는 한수 아래DAA-!!!]
어디로 빠져나갈지 예측이 불가능한 쿠로오의 ‘턴’은 그를 대장 고양이라는 별명을 줄 정도로 유명한 그의 장기 중 하나였다.
유유히 그들 사이를 빠져나간 쿠로오는 다시 포위망을 벗어난 켄마에게 디스크를 넘기고, 첫 1점은 네코마의 여유로운 득점으로 시작했다. 플러그맨의 입담이 제대로 터지기 시작한 것은 딱 그때부터였다.
* * *
10-3, 네코마 팀의 압도적인 우세로 배틀은 종결되었다. 초조한 얼굴로 배틀을 지켜보던 보쿠토의 걱정이 무안할 정도로 깔끔하게 끝난 시합에 보쿠토의 기세가 한층 차분해졌다. 그러나 쿠로오를 내려보는 보쿠토의 초조한 표정에는 불안함이 성에처럼 끼어 있었다.
부상 뒤 AT를 문제없이 타는 쿠로오의 모습을 보고 안심했지만, 쿠로오가 A.T.를 신고 자신을 대면하게 되면. 그렇게 심한 부상을 입혀버렸는데.
‘날 피하진 않을까..?’
글램 스케일 토너먼트 이후 하루에 수십번도 더 머리를 채운 질문에 보쿠토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보쿠토는 제가 입힌 부상에 대해 쿠로오에게 사과조차 할 수 없었다. 쿠로오는 토너먼트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고, 그런 쿠로오를 봐주며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만만한 라이더가 아니었다. 그때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보쿠토는 망설이지 않고 굉음을 쓴다. 그리고 똑같이 시합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어라? 보쿠토, 너 와 있었냐?”
어느새 제 앞의 건물 난간에 사뿐히 착지하는 쿠로오를 발견한 보쿠토가 장대비를 맞은 부엉이처럼 펄쩍 튀어올랐다. 분명 방금 전까지 저 밑에 있었는데 대체 어느새!?
“뭐야. 새대가리 아니랄까봐 월 라이드가 내 특기인것도 까먹었어?”
“새대가리라니 말이 심하잖아! 방금 전까지 저기 있었으면서!!”
“넋을 대체 어디다 빼두고 다니는 거냐? 온다고 말을 했으면 특등석에서 보게 해줬을텐데. 아, 아카아시 오랜만이다.”
난간 위에 쭈그려 앉은 쿠로오가 피식 웃으며 아카아시에게 손을 흔들었다.
할 말이 많지만 말을 못 하겠다는 얼굴로 우물쭈물 쿠로오를 쳐다보는 보쿠토를 한번, 그런 기색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척 하는 대장 고양이를 한번 쳐다본 아카아시가 하.. 하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녕하십니까.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아아. 멀쩡해. 아까 라이딩을 봤을 꺼 아냐.”
“보쿠토씨가 많이 걱정했거든요.”
“아~ 그거야 뭐. 매일같이 병원에 출석도장을 찍었으니까, 잘 알고 있지요.”
그렇게 키득거린 쿠로오가 비죽 웃으며 보쿠토를 힐끔 쳐다봤다. 보쿠토는 아직도 뭐 마려운 새처럼 쿠로오의 행동 하나하나에 과민반응을 하며 놀라고 있었다.
딱 봐도 미안함이 철철 흘러내리는 얼굴이라 슬슬 그만 놀려도 되겠다 싶은 쿠로오가 본론을 먼저 꺼냈다.
“아 맞다. 보낸 파츠들은 잘 받았어.”
“오우! 그래!? 거, 다, 다행이네!! 그럼 지금 이 A.T.도..?”
바뀐 대화 주제가 마음에 드는지 보쿠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쿠로오가 신은 A.T.를 갸웃거리며 자신이 가져온 부품이 들어갔냐는 소리에 쿠로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제스처에 설레던 보쿠토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아니, 이건 원래 가지고 있던 예비 A.T.고 그 부품은 다른데 쓸 껀데.”
“..‘송곳니’를 만드려고?”
파드득대던 보쿠토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네코마 팀의 리더와 전 송곳니의 왕 켄마가 절친한 친구 사이라는 사실은 라이더들 사이에서 비밀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쿠로오가 기를 쓰고 파츠들을 긁어 모으는 것이 켄마에게 새로운 송곳니의 레갈리아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 없었다. 보쿠토는 그 소수의 사람 중 하나였고, 그 성격으로 미루어 볼 수 있듯 그 사실을 별로 반기지 않았다.
순식간에 사나워진 보쿠토의 표정에도 쿠로오는 입꼬리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서, 보쿠토는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그 파츠들은 내가 널 위해서 가져온 것들이야. 송곳니가 아니라.”
“송곳니가 아니라 켄마. 그리고 누가 네가 가져온 거 안 쓴다 그랬냐. 네가 가져온 버그럼으로 새롭게 A.T. 를 짜올리고 있단 말야. 미세조정까지 하려면 아직 일주일은 걸려.”
A.T.의 모터이자 바퀴, 핵심 부품인 버그럼으로 완전히 다른 AT를 만든다는 쿠로오의 말에 보쿠토의 얼굴에 방긋 자신만만한 미소가 지어졌다.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헤이헤이헤이-! 그 부품 진짜 쩔지!? 구하느라 고생했다고!?”
“그렇죠. 엄청 고생하셨죠.(개발팀이)”
“오 그래? 역시 굉음의 왕~ 부엉이 대장~ 오빠 멋져~”
“으-하하하!!!”
쿠로오의 성의없는 호응에도 보쿠토의 코는 하늘을 향해 위로 쭉쭉 올라가고만 있었다. 아아.. 아카아시는 하늘 위 멀게 뜬 달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럼 일주일 뒤에 한번 달릴까!? A.T.를 새로 완성하면 말야!”
“호~? 그거 괜찮지. 그럼 다음주 수요일 어때?”
순식간에 약속을 정한 뒤 쿠로오가 아카아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도 올래? 그렇게 묻는 쿠로오의 물음에 아카아시는 고개를 저었다.
‘일주일 뒤’라면 보쿠토의 굉음의 레갈리아가 새로운 부품을 정비해 완성되는 날짜다. 그 누구도 아닌 네코마의 쿠로오 테츠로에게 새로운 레갈리아를 선보인다는데 눈치없이 끼어들 수는 없었다.
“저는 선약이 있어서요. 두분 재미난 라이딩 되시길.”
* * *
새로운 A.T.를 타는 것은 새로운 차를 운전하게 된 것 이상으로 새롭다. 쿠로오는 고글에 가려지지 않아 노출된 볼로 세차게 와닿는 바람을 느끼며 가볍게 점프해 건물 위를 날았다. 예전 A.T.에게 미안하지만.. 대체 어떤 부품을 구해다 준 건지 보쿠토의 조력으로 새롭께 짜올린 A.T.는 마치 자신만을 위한 것처럼 딱 맞았다.
수직으로 가파른 벽 위에 가볍게 착지한 쿠로오의 신형이 중력을 거스르고 멈칫 벽에 달라붙듯 수평으로 미끄러졌다. 가이아 로드, 양 바퀴의 회전력에 불균형을 강제로 일으켜 순간적으로 마찰계수를 높이는 기술이었다.
“헤이헤이, 컨디션이 괜찮은가본데!?”
“아아, 누구 덕분에!”
보쿠토가 난간을 디디고 달을 가리듯 크게 점프했다. 관성을 무시하듯 완만한 원을 그리며 떨어져내린 보쿠토의 뒤를 따라 마치 제트기의 연료분사흔적과도 같은 희미한 연기가 남았다.
쿠로오의 앞으로 착지한 보쿠토가 제 앞을 따르라는 듯 망설임없이 점프해 건물을 뛰어넘었다. 그 화려한 러닝 뒤로 쿠로오의 차분한 런이 제 흔적을 덧씌웠다.
“그런데 오늘은 어디로 가는 건데?”
“아아, 이번에 새로 확장된 에어리어! 새로운 A.T.를 탔으니 새로운 길을 달려봐야지!”
마치 아이처럼 신난 그 목소리에 쿠로오가 씩 웃으며 고글을 살짝 위로 들어올렸다.
보쿠토가 향한 곳은 이 근방에서 제일 높은 빌딩의 옥상이었다. 빌딩 층수만 50층, 코타로 그룹이었나 하는 재벌그룹의 빌딩이라 주변엔 발디딤으로 쓸만한 다른 고층건물도 없어 사실 라이딩을 하기엔 그닥 좋은 곳이 아니었다.
그런 빌딩에서 할만한 거라곤.. 월 라이드? 벽타기하려고 설마 여기까지 왔단 말야?
와이어에서 사뿐히 내려앉은 쿠로오는 제 밑으로 보이는 야경을 보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안 그래도 엉망진창으로 뻗친 머리카락이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엉키고 난리가 아니었다.
앞서 옥상에 도착한 보쿠토는 씩 웃으며 쿠로오를 돌아보았다. 배틀에 진입할때나 보이던 그 얼굴이었다.
저 녀석이 그렇게 벽타기를 좋아하던가.. 하고 생각하던 중,
키이잉- 하고 귀로는 들리지도 않는 낮은 초저음의 진동이 쿠로오의 볼을 간질였다.
세찬 바람결에 그것을 감지한 것은 쿠로오가 그 진동에 뼈아프게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 반보 물러난 쿠로오를 알아챈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어느새 보쿠토의 레갈리아가 완전히 개방되어 있었다.
“너랑 배틀한 뒤로 나도 나름대로 레갈리아를 업그레이드 해 봤거든!?”
“호오..”
“그러니까, 이걸 보여주는 건 네가 처음이야!”
끼익, 하고 한 발로 난간을 세게 밀어 자신의 몸을 활대처럼 긴장시킨 보쿠토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살이 쏘아지듯 보쿠토의 신형이 위로 튕겨올랐다. 건물 옥상에 매달린 컨트롤 타워의 꼭대기였다.
“보쿠토!?”
한계까지 치솟았던 보쿠토의 신형이 자연스레 아래로 떨어져내린다. 쿠로오가 고글을 턱밑으로 끌어당겨 벗고는 다급하게 보쿠토의 이름을 외쳤다. 웅웅, 잔뜩 긴장한 굉음의 레갈리아가 이내 한계까지 들이마신 공기를 압축해-
굉음의 오버로드가 펼쳐진다. 굉음의 왕이라 불리는 보쿠토 코타로의 트릭이 허공에 거대한 초임계유체의 소용돌이를 피운다. 고도로 압축되어 녹아든 공기가 밤하늘에 농도가 다른 태풍을 소환했다.
그 위로 점프한 보쿠토가 아직도 바짝 얼어있는 쿠로오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날자, 쿠로오.”
그 말에 쿠로오의 몸이 반사적으로 밤하늘을 디뎠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벽’이, 쿠로오의 A.T.에 가벼운 반발력을 선사했다.
이곳에 내가 탈 수 있는 벽이 있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태풍의 눈처럼 원형으로 뿜어진 보쿠토의 ‘기류’가- 하늘에 길을 만들었다.
쿠로오의 눈이 감기고 대신 피부가, 감각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트릭이 쿠로오의 몸을 대신 움직였다.
A.T.와 머리가 닿을 정도로 뒤로 잔뜩 허리를 휘어 긴장한 쿠로오의 몸이 단번에 쭉 튕겨 미끄러진다. 가볍게 발끝을 디디고, 관성에 몸을 맡기고, 그리고 그보다 더 강한 중력에 거슬러 어깨를 튼다. 그의 전신에, 시간이 켜켜히 쌓여 완성된 그의 고도로 정밀한 런은 보쿠토의 길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날았다.
“굉장해..!”
기류의 안이 아닌 위를 타고 미끄러지는 보쿠토의 입에서 끓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내가 만든 ‘길’로 쿠로오가 날고 있어.
아랫배가 꽈악 조여들 정도로 짜릿짜릿했다. 하, 하고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터뜨린 보쿠토가 상체를 숙이고 무게 중심을 뒤로 밀어 백덤블링하듯 기류 속으로 파고들었다. 보쿠토의 레갈리아가 다시 한번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런에 취한 듯 반쯤 감긴 쿠로오의 눈이 몽롱했다. 엄청난 집중력. 보쿠토는 이 쿠로오의 트릭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수십, 수백번이나 같이 달렸던 그 트릭. 보쿠토는 쿠로오의 런 사이로 가볍게 파고들어 쿠로오와 겹칠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트릭을 끼워넣었다. 쿠로오의 시선이 저와 마주치고, 그가 씩 웃으며 보쿠토의 어깨를 가볍게 박차고 몸을 틀었다. 쿠로오의 섀도우가 절로 피어올라 보쿠토의 섀도우, 날개와 엉켜들었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보쿠토의 레갈리아의 굉음의 귀를 울려서, 마치 밤하늘이 아닌 우주에 몸을 맡긴 것처럼 황홀해진다. 쿠로오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어? 저기 사람 아냐?”
“건물 위에?”
“아니.. 잘못 봤나? 하늘에 떠 있던 것 같은데..”
“피곤한가보네~”
짧은 비행이 끝났다.
카드득, 하고 벽에 미끄러지듯 흡착해 그대로 박차고 뛰어오른 보쿠토가 개방된 건물의 옥상에 착지했다. 그 옆으로 가볍게 착지한 쿠로오가 쓰러질 듯 휘청이며 상체를 푹 숙였다가 다시 일으켜세웠다.
멍하니 뒤를 돌아 저들이 뛰어내린 고층 빌딩의 옥상을 바라본 쿠로오가, 말도 안된다는 듯 허.. 하고 멍하니 웃었다.
“진짜 날았잖아..”
“어때? 최고지?”
두 팔을 양 허리에 올린 채, 자신만만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본 보쿠토의 얼굴에 쿠로오는 평소처럼 농담을 칠 여유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밤하늘에서의 그 러닝, 트릭, 그리고 황홀하도록 전신을 전율시킨 그 스릴이- 고작 바람을 타고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발을 디뎠을 때의 그 무모한 발돋움을 떠올리자 저절로 온몸이 저릿하게 울렸다.
“응, 진짜, 최고였어.”
그 전율 때문에 나는 스톰 라이더가 된 거겠지.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려 빌딩 꼭대기를 쳐다본 쿠로오가 보쿠토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
“쿠로오씨는 언제나 솔직하잖아요?”
“아.. 응. 응.”
어째 평상시보다 더 얼빠진 대답이었지만 쿠로오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늘어뜨렸다. 평소와 같은 성격 나쁜 웃음이 아니라, 정말 즐거워서 못 견디겠다는 웃음이.. 처음 보는 얼굴 같아서.
보쿠토는 멍하니 그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쿠로오의 시선이 제게서 떨어졌을 때에야 간신히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쿠로오와 같이 달릴 때랑 비슷한 기분. 어째 고양되기 시작한 가슴 위를 꾹 누르며, 보쿠토는 다시 쿠로오의 뒤에서 A.T.의 휠을 공회전시켰다.
카가각-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쿠로오의 주위가 단번에 보쿠토에게 향했다.
“몸 제대로 풀었으면, 다시 달릴까?”
보쿠토의 말에 쿠로오는 어째 감상에 빠질 시간도 주지 않는다며 투덜거리고는 곧장 보쿠토의 뒤를 따랐다.
곧 두 밤의 포식자가 하늘 위로 자신의 트릭을 새긴다.
평소와 같은 밤이었다.
썰로 풀땐 그냥 달렸다< 이러면 되는데 묘사 시발..이네여....(마른세수
역시 책은 무리고 보고싶은 장면 써봤어요ㅜㅜㅜㅜㅠㅠㅠㅠ 근본업는 에어기어 au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ㄴㅣ다ㅠㅠ♡
+ 앞부분 살짝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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