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보쿠토 x 갬블러 쿠로오
※ 조직폭력배의 묘사는 상상에 기반한 것으로 폭력&도박 등이 상당부분 미화될 수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대체, 대체 왜 마피아의 보스씩이나 되는 사람이 메이드랑 둘이서 뒷정리나 하고 있는 건데!? 그리고 그 마피아 보스한테 이래라 저래라 일을 시키는 메이드는 대체 뭐냐고!? 숨은 실력자냐? 사실은 메이드가 보스였던 거야!? 바짝 얼은 쿠로오를 보며 빙글빙글 웃던 남자는 아! 아카아시가 아침 먹기 전까진 오라고 했는데! 먼저 가볼께! 하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렸고, 쿠로오는 푸짐한 아침식사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 녀석, 아니 그 분은 대체, “대체 뭔데!?” “버터 사브레와 에티오피아 원두로 내린 커피에요. 더 드릴까요?” “네..” 맛있다. 정신이 없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배가 고픈 차에 커피와 함께 내온 과자는 정말 맛이 좋았다. 쿠키를 처음 먹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부드럽고 달고 바삭바삭한 건 먹어본 적이 없었다. 크리스마스에 성당에서 몇 조각씩 받아먹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맛이었다. 입이 단맛에 물릴 때 쯔음 쌉쌀한 커피를 한모금 마시면 또 환상적이었다. 쿠로오는 큼직한 머그컵 한 잔 가득 찬 커피와 접시 위에 수북하던 쿠키를 다 먹어치우고 만족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컵을 내려놓고 펜을 들어올리자 메이드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트레이에 빈 잔과 접시를 담아치우기 시작했다. 그녀가 방을 나가버리자 넓은 방 안에 쿠로오 혼자만 덩그라니 남는다. 쿠로오 자신의 숨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만 들릴 정도로 적막한 방이라는건 사실 익숙치 않다.그가 스스로를 인지한 순간부터 이 도시는 늘 소음투성이었고, 잠에 드는 순간조차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곳에 온지 겨우 하루. 향긋한 세안제의 냄새도 햇볕의 냄새가 나는 폭신한 이불도 등이 배기지 않은 소파도 모두 낯선 것이지만 미묘하게 머릿속이 차분해지는 것은 이 공간이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이겠지. 쿠로오는 아침 식사 직전, 시로후쿠라는 이름의 메이드- 그녀가 입은 옷은 스즈메다가 입은 옷과는 약간 달랐는데, 아마 메이드 중에서도 등급이 나뉘어져 있는 것 같았다.- 에게 들었던 간단한 주의사항을 머릿속으로 되짚으며 푹신한 소파에 등을 쭈욱 기대었다. ‘첫 번째, 허락 없이 이 건물과 정원에서 나가지 말 것.’ 뭐, 허락을 해 준다 해도 겁없이 이리저리 싸돌아다닐 마음은 없었지만. ‘두 번째, 필요한 게 있으면 메이드에게 이야기 할 것.’ 그렇지만 카드라든가 그런건 역시 직접 보고 사 와야 할 것 같은데.. ‘세 번째, 보스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떠벌리고 다니지 말 것.’ 역시, 비밀인 걸까.. 예상이 가긴 했었다. 고작 선생 하나 불러오는 걸로 부엉이회의 이인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나서질 않나, 머무는 곳은 구석진 별채에 머무는 사용인도 별로 없는 곳.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숨기고 싶어하는 것은 잘 알겠다 싶어 쿠로오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딱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일년간 열심히 카드를 가르치고 그 뒤엔 짭짤한 보수와 함께 이 도시를 뜰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쿠로오는 연습장 위에 시로후쿠에게 들은 저 세가지 주의사항을 꼼꼼히 적어두고는 다음 장을 펼쳤다. 숫자 1을 큼직하게 쓰고는 고민하듯 고개를 기울여 기억을 더듬어 올랐다. 내가 처음 카드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어떤 것부터 배우기 시작했더라? 실력은 나쁘진 않아도 가르치는 것은 처음이다. 하물며 그 제자가 보통 사람도 아닌 데에야, 쿠로오는 비장한 얼굴로 공들여 노트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어제 왔을 땐 그저 죽기 싫으니 잘 가르쳐야겠단 생각 뿐이었지만..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성공적으로 보스를 가르쳐 1년동안 호화롭게 지내다 깔끔하게 떠나주겠어! * 기껏 굳은 마음을 먹은 쿠로오가 보스를 가르치게 된 건 그로부터 이틀이나 지난 뒤였다. 느긋하게 쉬는것도 하루이틀이지, 컴퓨터도 책도 없는 방 안에서 갖혀있자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가르칠 내용을 정리하고자 노트를 쓰는것도 지겨워지고 이러다 쫓겨나는건 아닌가 싶은 날 저녁, 푸짐한 저녁식사를 반이나 남기자 스즈메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접시를 치우며 말을 전했다. “삼십분 뒤에 첫 수업이니까, 준비해주세요.” “오늘요!?” “네. 곧 오실꺼에요.” 평소라면 긴장으로 덜덜 떨 쿠로오였지만 쿠로오는 반가운 얼굴을 숨기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사람을 만난다! 메이드는 꼭 필요할 때 외엔 어딘가로 가버렸으므로 그간 쿠로오는 몹시 외로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혼자 끝말잇기를 하거나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쿠로오는 옷매무새를 점검하며 노트와 카드를 열심히 챙기기 시작했다. 꼼꼼히 이를 닦고 혹시나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입김을 하 불어 확인까지 마친 쿠로오는 비장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승강기 옆의 전등버튼을 눌러 불을 밝힌 쿠로오는 원형의 포커테이블에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틀동안 어떻게 수업을 진행시켜나갈지 시뮬레이션을 하도 돌려놨더니 대사를 외우다시피 해둔 참이었다. 오년전에 산 낡은 카드 한벌, 그리고 노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쿠로오는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문만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마침내 뭔가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문이 탕! 소리를 내며 힘차게 열렸다. 묘하게 익숙한 향기가 후각을 간질이고, 쿠로오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헤이헤이헤이! 쿠로오 오랜만!” “아, 오랜.. 만입니다.” 겨우 한번 본 주제에 엄청나게 친근한 목소리였다. 보쿠토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아카아시를 발견한 쿠로오의 목소리가 한껏 조신해지며 존댓말을 사용하자 보쿠토의 눈썹이 위로 휙 들렸다. 그때 본 것과는 약간 차림새가 달랐다. 위로 치켜세운 머리가 아니라 포마드를 발라 뒤로 넘긴 머리에, 베스트와 검은 암밴드만 찬 상태로 흰 드레스셔츠 소매 끝엔 검붉은 얼룩이 묻어있었다. 이렇게 보니 처음 봤을땐 왜 몰라봤나 싶을 정도로 귀티가 흘렀다. 그나저나 저 얼룩은 으음.. 케챱은 아니겠지. 응. 어쩐지 흐릿한 피 냄새같은게 나는 것 같았지만 착각일 것이다. “시로후쿠 씨에게 대략적인 설명은 들으셨나요?” 테이블을 마주하고 쿠로오의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은 보쿠토의 곁으로 아카아시가 다가와 물었다. 쿠로오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기억하는 세가지의 주의사항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아시는 시로후쿠가 한 말과 비슷한 내용의 주의를 쿠로오에게 단단히 일러두고는 보쿠토에게 쿠로오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하기 시작했다. 실력이 좋다느니 눈치가 빠르다느니, 쿠로오 본인이 듣기 민망한 칭찬 일색이었지만 보쿠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그건 어제 들었어! 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쿠로오가 입을 다물고 도륵도륵 눈알을 굴리는 사이 아카아시는 말을 마치곤 깔끔하게 뒤로 물러났다. 어쩐지 그 발걸음이 가뿐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서로 어색하실까 했는데 이미 한번 보셨다니 바로 수업에 들어가면 되겠군요. 그럼 전 이만..” “어? 아카아시 넌 안 배워?” “전 딱히 필요 없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뒷처리가 더 급합니다.” “하하하.” 뒷처리.. 설마 보스의 소매에 묻은 피의 주인을 처리하려는 건 아니겠지. 순식간에 사실에 가까운 추론을 한 쿠로오는 바짝 굳으려는 표정을 다잡아야겠다. 반가운건 한순간이었고 부엉이회의 보스와 단 둘이 있다는 긴장감은 쿠로오를 놔주지 않았다. “자, 그럼 수업을 시작해볼.. 까요?” “하하, 뭐야! 아카아시 있어서 긴장한거야? 그냥 말 놓으라니까.” 쿠로오는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보쿠토의 얼굴에 대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줄 수 밖에 없었다. 방금 그 아카아시님께서 나가는 길에 저를 힐끔 쳐다보았습니다만.. 잘 웃고 호쾌한 이쪽의 보스보다는 저 찔러도 피 한방울 나긴 커녕 바늘이 휘어져버릴것 같은 2인자 쪽이 훨씬 무서웠다. 쿠로오는 어색하게 웃으며 존댓말을 이었다. “어젠 죄송했습니다. 제가 보스를 못 알아보고서..” “지금 두번째 말하는 거다?” “네?” 쿠로오는 퍼뜩 고개를 들어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려 느긋하게 턱을 괸 보쿠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묘하게 기분나쁜 기색으로 눈을 반개한 보쿠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 번째는 없어.” 쿠로오는 그제서야 찬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고 뒷덜미가 싸해졌다. ..맞다. 진짜 보스는 이쪽이었지. “......” 꿀꺽. 마른침을 삼킨 쿠로오는 반질반질 빛나는 노란 눈동자 앞에서 사로잡힌 것처럼 입술만 달싹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마음에 든다고 했잖아. 응?” “그럼 진짜로 말 놓는...다?” 어렵사리 튀어나온 쿠로오의 말에, 보쿠토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약하게 퉁퉁 쳐댔다. “거봐! 말 놓으니까 훨씬 낫잖아! 어차피 선생으로 온 거면서 너무 어렵게 대하지 말란 말이야.” 어쨌든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쿠로오는 간신히 눈꼬리를 접어 사교적인 웃음을 띄우며 첫 수업의 말머리를 떼어냈다. “자아. 그럼 먼저, 카드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뭔지부터 발표해볼... 까요?” “에엑?” “어서, 어서.” 잔뜩 긴장한 것에 비하면 퍽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쿠로오가 이 도시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한번 아닌 일에는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깔끔하게 포기해버리는 것. 그것은 좋은 도박사의 재능이기도 했다. 어쩌면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막연한 가능성을 버리고 확실히 자신의 손에 들어올 수 있는 것만 취하는 것은, 사실 프로 꾼들 사이에서도 가지기 어려운 덕목이었다. “그거, 꼭 필요한 거야?” “단순히 취미인지 교양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거기에 맞춰서 수업이 진행되야 하니까.” 쿠로오는 방긋 웃으며 카드를 천천히 섞기 시작했고, 보쿠토는 멍하니 쿠로오의 손에 섞이는 카드를 쳐다보다 뚱하니 대답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그런 걸 안 물어보던데.” “안 물어보는 선생을 찾는 거라면 다른 사람을 찾아야지.” 좀 세게 나갔나? 눈동자만 살짝 위로 들어 보쿠토의 안색을 살피자 불쾌하다는 얼굴은 아니었다. 대신 보쿠토는 의자를 좀 더 가까이 당겨앉아 상체를 완전히 테이블에 기대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세력 확장을 하면서 밑에 큼직한 카지노가 여럿 들어왔는데..” 잠깐만. 왜 거기서부터 설명하는 거야..
분량이 어중띠게 잘렸네요.. 리베리타는 대략 7~8편까지 공개되고 부통온 신간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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