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쳐는 그간 랜서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혹은 딱히 알고 싶지 않았지만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을 곱씹으며 평소처럼 랜서의 주변을 감시하다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아쳐의 눈가가 가느스름해지고 입술이 언짢게 삐뚜름해졌다.
세이버의 마스터.
랜서를 감시하다 보면 그도 몇번이나 덩달아 발견하게 된다. 그가 낚시터로 랜서를 만나러 오기도 하고, 오며가며 상점가에서 알바하던 랜서를 지나치기도 하는데 오늘은 생선을 사기 위해서 온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랜서와 몇마디 이야기를 하는 듯 하더니 평소처럼 생선을 사는 게 아니라 어깨를 몇 대 얻어맞고는 그대로 자리를 이동했다. 오며가며 인사를 할 정도로 친해진 건가.
상점가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시로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눈길은 금새 거두어졌다. 원래 목표인 생선가게 종업원을 감시하는데에도 시간이 모자란 상태였다.
‘흐음.’
그나저나 의외로 에미야 시로와 사이가 좋다는 사실이 놀랍다.
창병 쪽에서야 그를 꺼릴 이유가 없지만 반대편은 상대방에게 한번 살해당했던 사이가 아니었던가. 아무리 집 안에 세이버가 있다곤 하지만 몇번씩이나 랜서를 집 안으로 들여 저녁밥을 해 먹이다니? 좋게 말해 간이 부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배알도 없는 놈이다.
속으로 세이버의 마스터에 대해 혹평을 날리던 아쳐는 생선가게 지붕 밖으로 나와 갑자기 이곳저곳을 둘려보기 시작하는 랜서의 행동에 숨을 죽이고 자세를 낮췄다.
자신을 눈치챘을거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그 랜서를 상대하는데 방심할 필요는 없겠지.
그 상태에서 바로 영체 상태로 변한 뒤 바닥을 박차고 미리 봐두었던 B포인트의 빌딩으로 이동했다.
랜서는 심드렁하게 목 뒤를 쓸어올리더니 오수를 쫓는 것처럼 쭈욱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한다. 단순한 기지개로 보이지만 아니다. 아쳐의 시선을 느낀 것 같지는 않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수 있도록 팔다리의 근육을 잔뜩 긴장시키는 듯 했다.
하긴, 오랫동안 전투 비슷한 소요도 없었으니 몸이 찌뿌둥하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평소 그가 입던 평상복보다 품이 넉넉한 윗옷을 걸쳤지만 아쳐는 그의 몸매를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비단 그의 상상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몇 번이나 목격한 그의 전투복장 때문이었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타이트한 복장, 마른 뼈대에 흑표범처럼 날렵하게 붙은 근육.
전 세계의 고명한 영령 중에서도 민첩하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의 스피드는 특히 유명했는데, 공격과 방어는 물론이고 적과의 간격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기량은 다대일의 난투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고 들었다.
쿨란의 맹견이라는 이명을 가졌지만 그의 몸은 대형 고양이과의 맹수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탄력적이었다. 전투광임에도 키에 비해 마른 몸인 것은 그의 전투 스타일 덕분인가.. 아니면 단지 체질일지도 모른다. 상당히 대식가로 보였는데 생전 그의 고향에선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던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의 생전은 기원전에 가까운 과거에 활동하던 무대는 아일랜드다.
기사왕의 말을 들어보면 랜서의 생전에도 식량 사정이 그렇게 풍족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깨에 비해 가는 편인 허리는 장창을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말랐기 때문이라는..
‘메뉴는 고기 위주로 해야겠군.’
단지 기지개를 켜는 창병을 보며 제멋대로 내달린 사고가 마침내 종착지에 도달해 내일 저녁 메뉴를 정해버렸다. 기름진 돼지고기쪽이 좋겠지. 양도 많고 맛도 좋은데다가 값도 소고기에 비해 저렴하다.
함께 곁들일 제철야채를 뭘로 할지 고민하는 사이 랜서는 두 명의 손님을 더 응대했다. 송곳니를 보이며 특유의 세일즈 미소를 짓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아쳐는 벽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랜서가 민간인에게 위협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쳐는 랜서에게서 시선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
사실 다음날 저녁 메뉴보다 급한 건 오늘의 메뉴다.
간만에 린이 집에서 저녁을 먹는 데다가 다음날 랜서를 토오사카 저택에 초대해야 하기 때문에, 그 허락을 받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힘을 줘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모처럼 금눈돔이라는 고급 재료도 샀겠다, 아쳐는 랜서의 감시를 일찍 중단하고 부엌에 서서 팔을 걷어부쳤다.
일단 도미 서덜을 손질해 핏기를 다시 한번 확실히 제거하고 소금을 뿌려둔다. 옆에 먹기 좋게 손질된 살점에도 소금을 뿌려두고 냄비에 먼저 물을 올렸다.
끓는 물에 참나물을 살짝 데친 뒤 채에 나물을 받쳐 놓는다. 이어 같은 물에 도미서덜을 살짝 데치고 다시 그것을 찬물로 씻어내는 과정으로 비린내를 제거하고, 다시 물을 받아 끓이는 사이 국에 들어갈 야채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메인 재료가 화려한만큼 야채는 냉장고에 잠들어있던 것들을 해치울 예정이었다.
오래된 버섯과 먹다 남아 흰 부분만 남은 대파를 큼직하게 썰고 끓기 시작한 냄비에 도미 머리와 다시마를 넣어둔 뒤, 팔팔 끓기 전에 사이드 반찬을 급히 만들어두었다. 두부 반모에 빻은 깨와 다진 마늘, 된장 약간을 넣고 으깬 뒤 처음에 데쳐 적당히 식은 참나물과 함께 무쳐내는걸로 간단히 완성이다. 그리고 전날 만들어둔 튀긴가지 초절임도 적당히 덜어두고..
국의 밑준비와 반찬을 하나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릇을 씻어 올려두면서 슬쩍 냄비를 확인하니 거품이 제법 올라왔다. 다시마를 건지고 거품을 걷어낸 뒤 다진마늘과 채 썬 생강, 다시국물과 간장을 조금 넣고 불을 중불로 줄여 계속 가열했다. 십분쯤 끓인 뒤 야채를 넣고 린이 올 때까지 마저 끓이면 완성이었다.
이제 메인 요리다. 메인이라곤 하지만 손질한 재료를 찜기에 넣고 찌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별로 부담스러울 것도 없었다.
소금간만 해둔 도미살과 남은 두부 한 토막, 그리고 국에 넣고 남은 버섯을 큼직하게 썬 것을 오목한 그릇에 담고 위에 청주를 살짝 뿌린 뒤 찜기에 찌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찜기에 생선을 넣고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보던 아쳐는 찬장을 뒤져 알록달록한 도자기 찻잔을 하나 꺼냈다.
“기왕 찜기를 꺼냈으니 이거라도 해 볼까.”
나름 힘을 주긴 했지만 요리에 화사함이 부족하다. 한창 때의 소녀인 린에게는 아무래도 점수가 떨어질 것 같다고나 할까. 물과 청주, 맑은다시장국과 끓고 있는 도미국 약간으로 육수를 만든 뒤 계란을 풀어 넣고 차완무시 위에 올릴 고명을 준비했다.
“다녀왔습니다~”
마침 타이밍 좋게도 린이 돌아왔는지 성큼성큼 부엌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어라? 오늘 무슨 날이야?”
“별일 아니다. 그보다 식탁에 올 때에는 손을,”
“알았어, 알았어. 일단 외투는 벗고 올께.”
그리고 손을 씻고 식탁에 앉은 린은 거하게 차려진 식탁을 맞이하고는 속으로 침음성을 삼켰다.
도미찜에 차완무시, 진하게 우러난 맑은 도미국에 제철나물.. 고급 일식집을 차려도 손색이 없는 비쥬얼과 맛이었다. 그냥 평범한 저녁이라고 치기엔 지나치게 뛰어나다고나 할까..
“노, 놀랐어 아쳐. 양식뿐만 아니라 일식에도 일가견이 있구나..”
부드러운 도미 살점을 입에 넣은 린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러나 순순히 제 서번트의 실력을 칭찬하는 린의 눈동자에 살짝 경계심이 담긴 것은, 그녀의 서번트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데에 있었다. 호락호락이라보단 은근히 짠돌이라, 필요한 일이 없다면 이런 사치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갑자기 이런 호화스런 상차림을 받으면 대체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진다니까.
끊임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면서도 아쳐의 속셈을 파헤치려는 눈초리를 하는 린의 기색을 알아챈 아쳐는 피식 웃으며 순순히 입을 열었다.
“그보다, 맛은 어떻지? 간을 일부러 소금으로만 약하게 했는데 싱겁지는 않은가?”
“응? 아냐, 딱 좋아! 도미살도 부드럽고 두부도 향긋하고.. 국도 담백하고 비린내도 없어서 맛있는걸.”
“그렇군.”
“그리고 이 반찬도 중화풍 느낌이라 맛있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아쳐는 이어 린에게 내일 저녁의 스케쥴을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린은 순순히 다시 대답을 해주었다.
“내일은 에미야네 집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
“그런가. 그럼 괜찮다면 내일 손님을 한 명 초대해도 되겠나.”
린의 젓가락이 우뚝 멈추었다.
초대? 설마 이 토오사카 저에? 마술사가 부재중인 마술사의 공방에 다른 손님을 들이겠다는 말이야? 그러나 아쳐의 무례함을 따지기에는 아쳐가 이렇게 본인의 허락까지 맡아 초대한다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 컸다.
생각해보면 지하로 내려가는 문은 숨겨져 있는 데다가 지상층은 단순히 거주공간을 뿐이니까 오픈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그러니까, 저녁을 여기서 먹겠다는 소리야?”
“맞다. 저녁밥을 해 주기로 약속한 자가 있어서.”
“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으음..”
린은 젓가락을 식탁에 쨍강 떨어뜨릴 기세로 놀라 외쳤다.
지금 설마 마스터를 내쫓고 오붓하게 데이트라도 하겠다는거야!? 굳이 자신이 밖으로 외출하는 날을 골라 그 사람을 초대했다는 건 애초에 그 저녁식사에 자신을 포함시킬 계획이 없었다는 것 아닌가..!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으로 아쳐를 바라보며 대답을 종용했다.
아쳐는 그 강렬한 눈빛이 부담스럽지도 않은지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랜서다.”
“..네?”
린의 입이 헤 벌어졌다. 랜... 랜서.. 설마 외국인인가요?
“외국인..도 틀린 말은 아니군. 네가 아는 그 푸른 창병이 맞다.”
“어.. 응? 네?”
“왜 그러지?”
경악에 가까운 얼굴로 굳은 토오사카의 앞에서 태연하게 반문하는 아쳐의 얼굴에 린은 어쩐지 몸에 힘이 쭉 빠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에미야 군이야 워낙에 별 생각이 없으니 그렇다 쳐도, 설마 아쳐까지..?
**
그리고 다음날, 토오사카 저택의 정문을 바라보는 랜서의 표정은 애매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린이 느낀 정신적 충격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성배전쟁 당시에도 들어가보지 못한 적진에 지금 와서야 들어가다니, 그것도 그 붉은 궁병의 초대에 의해서 말이지.
‘대체 무슨 꿍꿍이지?’
궁금하지만 이렇게 머리를 쓰는 건 취향에 안 맞는다. 차라리 독이 든 차라도 내오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치고박고 싸우면 되겠는데 문 너머로 솔솔 풍겨오는 기름진 냄새는 지나치게 매력적이었다.
‘설마 진짜로 저녁밥을 차리고 있는 건가.’
그 궁병이? 아니면 설마 그 아가씨가?
후자라면 기꺼이 저녁식사에 응한 보람이 있을 텐데 말이지~
문앞에 서서 뜸을 들이고 있는다 해도 갑자기 무슨 수가 생기는건 아니다. 랜서는 잠기지 않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을 두드렸다.
“시간 맞춰 왔군.”
문이 열리고 부비트랩 대신 뻔뻔한 궁병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어.. 하고 떨떠름한 얼굴로 한 손을 들어올려 인사하자 그는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돌아 집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따라오라는 제스처라 랜서는 신발을 벗고 느릿하게 그 뒤를 쫓았다. 고풍스러운 서양식 저택의 내부는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저녁은 네가 만든 거냐?”
“그렇다만.. 문제라도 있나?”
“그런 건 아니지만..”
진짜로 이 녀석과 단둘이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해야 하는 건가..?
기척으로 눈치채긴 했지만 그 아가씨는 자리를 비운 듯, 식탁에 차려진 음식은 2인분이 다였다. 된장 소스를 발라 구운 돼지고기와 생선이 들어간 맑은 국에 반찬도 세가지나 되는 푸짐한 상이었다. 일단 겉보기로는 합격이지만 과연 맛은 어떨런지.
수상하지만 이미 초대를 받아 식탁을 앞에 둔 상황이다.
밥을 앞에 두고 미적거리는 성격이 아니라 어색하게 식탁에 앉은 랜서는 경계심이 가신 태연한 얼굴로 잘 먹겠습니다,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곤 그 맞은편에서 구운 돼지고기 위에 흑후추를 뿌리는 궁병의 태연한 얼굴을 잠시 빤히 쳐다본 랜서는 먼저 국그릇을 들어 한모금 맛을 봤다. 거의 동시에 랜서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다시마와 야채, 도미뼈와 살점이 하루동안 푹 우러난 깊은 풍미..!
“뭐야, 이거! 맛있어! 어제 사간 그 도미냐!?”
“물론이다.”
눈을 빛낸 랜서는 젓가락을 고쳐잡고 돼지고기를 공격적으로 공략하게 시작했다. 아쳐는 어쩐지 뿌듯한 얼굴로 젓가락을 차분히 움직였다.
“이것도 맛있잖아! 뭐야, 아쳐 너 제법이다!?”
“훗.”
“이건 돼지 아냐? 왜 이렇게 부드럽지?”
“전날 돼지고기를 두들겨 양념에 재워둔 거다. 된장에 들어간 효소가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지.”
“심지어 이 해초같은 것도 맛있어! 살짝 매콤해서 고기랑 먹으니까 끝없이 들어가잖아!?”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군.”
랜서는 어쩐지 억울해졌다. 이렇게 괜찮은 식사를 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맥주라도 사 오는 건데! 이런 밥에 술이 없다니 서운할 정도였다.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운 랜서가 아쉽게 젓가락을 내려놓자 아쳐는 주걱을 들고 물었다.
“더 먹을 건가?”
“...음!”
순순히 밥그릇을 내민 랜서는 다시 담긴 밥과 식탁에 남은 반찬들을 깔끔히 먹어치우고는 부른 배를 두들겼다.
그 사이 식탁을 깨끗히 치운 궁병은 제대로 된 포트에 홍차를 내와 랜서에게 찻잔을 내밀었다.
...꽃무늬 찻잔이라니 완전 제대로인데 싶다. 느릿하게 찻잔을 들어올리고 킁킁 향기를 맡던 랜서가 툭 내뱉었다.
“갑작스런 초대라 뭘 준비하지도 못했는데, 잘 먹었다 아쳐.”
“그런가.”
랜서는 처음 이 저택에 도착했을 때보다 훨씬 풀어진 얼굴로 씩 웃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만족스레 앞발을 그루밍하는 맹수같은 분위기였다. 이미 아쳐의 꿍꿍이니 뭐니 하는 고민은 머리 저편으로 치워둔 상태였다.
밥이 맛있었고, 같이 식사하는 녀석도 의외로 밥 먹을땐 얌전해지는지 평소처럼 말을 배배 꼬지도 않았다. 그리고 뭣보다 음식이 맛있다.
“그렇다면 랜서.”
“응?”
“종종 초대할테니 함께 저녁을 먹는건 어떤가.”
잿빛 눈의 궁병은 세상에 거리낄 것 없다는 당당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고, 랜서는 눈을 끔뻑이더니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야 좋지! 그런데 내가 일방적으로 너무 신세만 지게 되지 않겠냐.”
“별로.. 일인분의 식사를 만드나 이인분의 식사를 만드나 그 수고는 비슷한 정도니까.”
“그럼 내가 가끔 식비라도 낼까?”
“식비라기보단.. 정 신경쓰인다면 식재료를 사라.”
“그거라면 맡겨둬!”
제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랜서를 확인한 아쳐는 내심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다음은 이틀 뒤 저녁으로.”
“아, 그런데 아쳐. 나야 좋지만 너는 왜 굳이 날 불러다 밥을 먹으려고 하는 건데?”
랜서의 물음에 아쳐는 당황하지 않고 당당히 대답했다. 이미 그에게서 나올 질문을 오십여가지정도 상정하여 답변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그야 물론 혼자 먹는 식사가 적적하기 때문이지.”
“어.. 그러니까 외롭다고?”
“그렇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린이 없는 날엔 이곳에서 저녁을 먹어줬으면 좋겠군.”
“......”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이 영령은.. 미간에 잉크로 거짓말을 하는 중입니다, 라고 써놓기라도 한 것처럼 뻔뻔한 얼굴이었다. 랜서는 짜게 식은 눈으로 아쳐를 쳐다보았지만 아쳐의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단독행동 스킬을 가진 아쳐 클래스의 영령이 빈말이라 해도 혼자라서 외롭다고 지껄이는 꼴을 보다니 이번 성배전쟁은 정말 어떻게 된 건가 싶다.
“뭐, 이유를 말하기 싫으면 됐다. 어쨌든 이런 밥이라면 내가 이익이지. 언제든 불러만 달라고.”
하지만 랜서는 아쳐의 대답에 납득하지 않으면서도 더 캐묻지 않고 대충 넘겼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그리고 설마 정말로 먹을 걸로 회유하는 게 이렇게 잘 먹히게 될 줄은 몰랐다.. 고 생각한 아쳐는 씩 웃으며 승리감을 만끽했다.
랜서는 그 맞은편에서 이틀 뒤의 식사를 기대하며 마주 웃었다. 동상이몽이라는 한자성어를 그대로 붙여넣기한 듯한 토오사카저의 식탁이었다.
콘티에는 1편부터 2편까지 분량이 그냥 > 멀리서 랜서를 보던 아쳐가 만족하지못하고 랜서에게 밥을 먹여서 친해진다
정도로 써 있었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양이 불어나는걸까요.. 말린 미역 불어나는 것 같다.. 미역수인 낰반..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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