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AU
“너 어디 가?”
“슈퍼에. 음료수 사러.”
제갈택의 태연한 말에 한대위는 말없이 제갈택의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를 눈으로 흝었다. 그 적나라한 시선에 제갈택이 뭐 할말이 있냐는 표정으로 턱끝을 들어올렸다.
저 선글라스... 그래 공인이니까 선글라스 정도는 뭐 오바도 아니지. 이제 해가 다 들어가는 초저녁이지만 햇살을 가릴 용도가 아니라 얼굴을 가리는 용도라면 저 큐빅-아마 가짜 큐빅이 아니라 진짜 다이아일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한대위는 일부러 그 사실을 무시했다.-이 잔뜩 박힌 저 요란한 선글라스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시선을 밑으로 내려 상의를 보면 과연 얼굴을 가리는 목적이 무엇인가 싶어지는 것이다. 팬들이 만들어 선물한 티셔츠가 소중한건 알겠지만 슈퍼 가는데 자기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힌 티는 좀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바지는 정말 보통 일반인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현란한 붉은 색이었다. 그런데 스키니도 아니고 통이 묘하게.. 아니 저건 일자핏도 아니고 힙합핏도 아니고 설마 스투핏인가? 저 바지는 대체 어디서 난 거지? 분명 매니저형이 택이 옷장정리를 다 했다고 뿌듯해했는데...
“..나도 좀 살꺼 있는데 내가 사다 줄까?”
한대위는 제갈택의 패션을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 지 몰라 일단 우회적으로 그의 의사를 물어왔다. 하지만 제갈택은 한대위의 제안을 깔끔하게 거절했다.
“아니, 가서 보고 이것저것 간식거리도 고를 꺼야.”
틀렸다. 저건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 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제갈택의 단호한 대답에 한대위는 작게 한숨을 쉬며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었다. 저걸 말리지 못하면 적어도 사진이라도 안 찍히게 몸으로 막아볼 셈이었다.
물론 한대위 본인도 패션 감각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차라리 멤버들 중에선 코디가 정해준 옷만 그대로 입고 다니는 진모리나 무난하게 입고다니는.. 가끔 바지 걷는걸 까먹고 한짝만 걷는 등의 행동을 하는 일표형 같은 경우가 차라리 나았다. 한대위는 무난한 까만 져지를 입고 지퍼를 턱밑까지 채운 채 캡모자를 썼다. 제갈택은 대위가 모자를 쓰는 걸 보더니 까만 마스크를 하나 들어 턱에 멋들어지게 끼워 썼다. 뭐.. 넌 숨을 턱으로 쉬냐. 왜 마스크를 턱에 끼워...
파파라치를 경계하며 밖으로 나가자 밖에서 대기중이던 몇몇 사생팬들이 꺄아아 비명을 지르며 한대위와 제갈택에게 휴대폰과 싸인지를 내밀어댔다. 대박, 존나 잘생겼어! 오빠! 같은 비명 가운데 찰칵 찰칵 하고 셔터 눌리는 소리가 들려 한대위는 얼른 제갈택을 몸으로 가렸다.
“왜 또 옷장룰렛 돌렸어요!”
“오빠..! 그 티 안티가 준거라니까요!!”
“대위 오빠 택이오빠 티셔츠 찢어주세요!!”
제갈택과 한대위가 사생팬들을 해치고 마트로 향하는 동안 한대위는 아마도 제갈택의 팬으로 보이는 여학생 무리들의 외침을 애써 무시했다. 그들도 제갈택의 패션에 대해 뭔가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었는데 아쉽게도 제갈택은 자신의 신념이 뚜렷하면 남이 말하는건 다 개가 짖는 것처럼 치부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제갈택은 훗.. 내 옷이 그렇게 괜찮나? 하고 중얼거리며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는 한대위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저기 너 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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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야. 너 이리 와봐.”
한대위는 매니저, 사이 누나의 매서운 눈길에 깨갱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에 뜬 인터넷 기사 때문이었다.
[디컨 멤버 제갈택의 화려한 외출]
[패션 리더? 노노~ ‘긤긔 눈감아’]
[‘디컨’ 제갈택, 알고보니 패션 테러리스트? 그래도 ‘핸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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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야.. 이 기사들 보고 뭐 느껴지는 건 없니?”
“저기.. 그게.. 택이를 말리려고 했는데.”
“우와아!! 대위야, 이거 봤어!?!?”
사이 누나 앞에서 쪼그라던 한대위의 어깨에 진모리의 팔이 턱 걸쳐졌다. 휴대폰엔 어제 제갈택이 쓰고 나갔던 선글라스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제갈택꺼 썬글라스 저거 오천만원 짜리래!!”
와 대 단 하 다.
매니저 누나의 표정이 점점 안좋아지는 걸 모르는지 진모리는 연신 신기하지 않냐며 한대위에게 휴대폰 화면을 볼것을 종용했다.
그런 진모리의 반응에 사이는 하아 하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진모리 너-”
“에이, 매니저누나 무섭게 왜 그래요. 누나도 제갈택 못 말리면서. 우리 대위한테만 그래.”
누가 우리 대위냐? 라고 어이없어하는 한대위의 말을 씹으며 진모리는 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욧! 하고 외치는 학부모처럼 한대위의 어깨를 껴안고 도전적으로 매니저 누나를 쳐다보며 볼을 부풀렸다.
대위는 내가 지킨다는 진모리의 단호한 표정 때문인지 아니면 진모리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건지 사이는 더이상 대위에게 무언가를 말하는걸 포기했다.
정말이지.. 같이 밖에 나와서 기사가 제갈택에 대한 것만 뜨는 것 좀 보라고 하고 팬 관리좀 하라고 말하려 했는데.
어째 진모리가 그걸 알고 선수를 친 것 같아 영 껄쩍지근 했다.
물론 아이돌의 패션이 괴랄하다는 것이 마이너스일 수도 있지만 화제가 된다는 점에선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갭 모에가 잘 먹힐 때도 있었고.
단지 한대위 본인도 좀 연예인으로써 관리를 들어가야 한다고 말을 이을 셈이었는데.
진모리는 어떻게 알고 그때마다 한대위 옆에 찰싹 달라붙어 논점을 흐리곤 했다.
사이는 콧등을 찡그리며 숙소로 들어가는 진모리와 한대위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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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모리 덕분에 무사히 숙소로 돌아온 한대위는 약간 침울해진 거실의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 옆으로 기울였다.
“무슨 일이야?”
“어제 외출한거.. 기사 뜬거 보고 제갈택 충격 먹음.”
으음... 목 안으로 침음성을 삼킨 한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달력을 확인하고 말았다.
이번엔 기사가 좀 많이 떴으니 적어도 2주일.. 아니 어쩌면 3주일 정도 약발이 갈 수도 있겠군. 대위가 3주인가? 하고 작게 중얼거리자 옆에서 백승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무 날은 가겠지. 하고 말을 받았다. 여기서 한대위와 백승철이 가늠하는 기간은 제갈택이 자신의 패션감각에 회의를 느끼며 얌전히 코디 말을 잘 듣는 기간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래서.. 택이는 방에 있고?”
“ㅇㅇ. 방금 일표형이 들어갔음.”
한대위가 그럼 제갈택이 좋아하는 반찬이라도 차려줘야겠다며 소매를 걷고 부엌으로 들어가자 진모리가 그런 한대위의 뒤를 쭐래쭐래 쫓았다.
“나는? 나는?”
“뭐 먹고싶은거 있어서 그래?”
“아니, 그냥 나 신경써달라고.”
“어..”
진모리와 한대위가 사이좋게 부엌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백승철이 짜게 식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애써 부엌 냉장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섞인 쪽쪽대는 소음에서 청각을 분리해가며 노트북 화면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때 제갈택의 방문이 열리며 작게 한숨을 쉬는 박일표가 살짝 지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저 표정을 보니 이번엔 제갈택이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고 백승철은 생각했다.
“후우..”
“제갈택은?”
“으으음. 이번엔 좀 쇼크였나봐. 팬이 선물한 옷을 입은건데 팬카페에서 놀림 당하고 있어서..”
그러니까 그거 평범한 팬이 선물한거 아닌 거 같다니까. 백승철은 괜히 어깨를 으쓱 했다. 몸통 가득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얼굴을 가득 프린트한 티를 선물하는 팬이나 그걸 고맙다고 입은 아이돌이나 참.
“나름대로 위로한다고 했는데, 아직 우울해 해.”
“뭐라고 위로했음?”
백승철의 물음에 박일표가 쑥쓰러운 듯이 살풋 웃었다.
“응. 난 네 벗은 몸이 제일 좋다고.”
“...안 맞았음?”
“방에서 쫓겨났어.”
일표 형도 가만보면 어딘가 이상함..
백승철은 크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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