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이 다 해준 카페일러 au(맞나.....?) 입니당u.u
끼이익, 하는 낯선 소음과 함께 가게 안으로 햇살을 받아들이는 전면창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실루엣의 바퀴는 두 개. 바퀴를 잇는 유려한 곡선의 프레임과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위에 얹힌 안장은 들판을 달리던 건강한 야생마를 떠올리게 했다.
바이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돌아볼만한 머신 위에 올라타 있던 인영은 그것을 가게 정문 앞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두고서는 한 손으로 가게 문을 밀듯이 열어제꼈다.
‘주차는..?’
적어도 길 옆으로 비껴서 세워두기라도 할 것이지, 주차는 커녕 통행인들의 이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위치에 떡 하니 자리잡았다.
열린 문 밖으로 제대로 보이는 ‘강철로 만들어진 탈것’의 모습이 익숙하다. 어디서 봤더라. 그래. 자신이 엊그제인가 분리수거한 잡지 표지에서 본 것 같은..
“이리오너라! 크하핳하하핫!!”
더 말할 것도 없다. 가게 출입구 중앙에 선 저 거만한 사람, 아니 영령이 누구인지 정도는.
*
평소라면 세이버를 내보냈겠지만 아쉽게도 오늘 그녀는 비번이라 가게를 쉰다. 아마 마스터인 그 꼬맹이와 함께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가게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4인용 테이블에 자리잡고 거만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금발적안의 눈길이 카운터 뒤의 아쳐와 랜서를 함께 흩고 지나갔다.
안경에 가려진 궁병의 눈썹이 구겨지고 순식간에 공기가 찌뿌둥해지는 느낌에 랜서는 그래, 이게 다 내 업보다 하며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이상하게 저 영웅왕이 껄끄러워하는 궁병 녀석이 가는 것보다야 내가 나서는 쪽이 가게가 좀 덜 시끄러워질거라는 계산이었다.
“어서오십쇼~ 주문,”
“우와! 오토바이다!”
“저거 형아꺼에요!?”
누군가를 찾듯이 가게 안을 휘 둘러보는 길가메시에게 다가간 랜서가 메뉴판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순간 허리 아래쪽에서 가볍고 야단스러운 발자국이 여럿 다가왔다.
길가메시가 앉은 테이블에서 몇 테이블 떨어진곳에 앉은 주부들이 당황하며 이곳을 쳐다보는걸 보니 어머니와 함께 온 아이들인 모양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나 되었을까, 남자아이들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문 밖에 방치당한 바이크를 가르켰다.
“저거 만져봐도 돼요?”
천연덕스럽게 튀어나온 질문에 쿠 훌린은 괜히 헉, 하고 속으로 숨을 집어삼켰다.
보통 사람이라도 꺼릴 만한 이 요청을 이 천상천하 방약무도한 영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거기에 아이들에게 무슨 헛소리를 지껄일 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이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랜서는 스스로의 행동방침을 정리하고 급히 주변을 스캔했다. 만약 영웅왕 뒤의 공간에서 황금빛의 일렁임이 포착된다면 바로 아이들을 데리고 카운터 뒤로 뛰어들 예정이었다. 궁병의 그 방패라면 시간막기 정도는 될 것-
“하하하하! 보는 눈이 있구나! 좋다, 내 특별히 허락하지! 바이크를 넘어뜨리지만 않는다면 위에 올라타보아도 좋다!”
“와아아!!”
“고마워요 외국인 형!!”
그러나 쿠훌린의 예상과 달리 길가메시는 흔쾌히 아이들의 요청을 승낙했다. 신나는 얼굴로 바이크를 향해 달려간 아이들은 종달새처럼 재잘대다가 신기한 듯 바퀴며 핸들 따위를 건드려보더니, 곧 파리가 앉다 미끄러질 정도로 윤기나는 프레임 위에 단풍잎같은 아이들의 손자국이 찰싹찰싹 찍혔다.
“...훗.”
“......”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길가메시는 퍽 부드러워보이는 웃음을 입가에 매달았다.
본의 아니게 그런 영웅왕의 표정변화를 낱낱히 확인하게 된 랜서는 속으로 약간 당황했다.
아니, 당황보다는 의외라고나 할까.. 저 성격파탄자가 오늘 기분이 좋은가? 하고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려 하는데 생각해보니 이 녀석, 예전부터 묘하게 아이들에게만은 관대했다.
평소의 행실로는 상상할수도 없는 일이지만 길가메시는 고대 우르크에서 현왕으로 떠받들여질 정도의 치세를 펼쳤다고 했었지..
‘아니, 그래도 역시 이상해.’
아이들에게 관대한 만큼 성인인 인간에게도 관용을 조금 베풀 수는 없단 말인가? 인간은 싫다 하면서 인간의 문명은 가치가 있다느니 하는 평소의 헛소리를 생각하면 뭐 다정해봤자 얼마나 더 상냥해지겠냐마는..
우연히 발견한 것이지만 이런 인간적인 면모는 싫지 않다. 그 영웅왕이라곤 해도 아이들은 귀여워한다? 무릇 어린이는 보호받아 마땅한 존재라 이거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영웅으로 떠받들어질 정도의 인간성은 있다는 게 아닌가!
랜서는 씩 웃으면서 길가메시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평소의 세일즈 미소보다는 약간 더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왜 그리 실없이 웃고 있느냐? 기분이 잡치는군!”
“....주문이나 하셔.”
그러나 길가메시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랜서의 미소를 무참히 깨부수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현왕은 무슨. 뒷주머니에서 빌지와 볼펜을 꺼낸 쿠훌린이 딸칵, 소리와 함께 볼펜 뒤를 누르며 퉁명스레 내뱉었다.
한 손으로 테이블 위에 메뉴판을 떨구듯 내동댕이 친 길가메시는 소파 등받이에 한쪽 팔을 걸치고 턱을 치켜올렸다.
“흥, 이딴 곳에 내 혀를 만족시킬만한 진미가 있을 리가-”
“예에, 샌드위치 정식이요. 커피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기다려라 잡견! 나는 샌드위치따위 시킨 적이 없다!”
“그래봤자 매일 오늘의 추천 메뉴같은것만 시키잖아, 너? 오늘 샌드위치는 저 빨간 궁병의 작품이라고. 점심때가 지나면 재료가 다 떨어져서 팔지도 못 해.”
“하, 페이커가 만든 음식 따위!”
“네에, 커피는 블랙이시라고요.”
“오노레-!!”
뒤에서 가게 지붕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는데도 컴플레인 하나 없다니, 이 상가의 손님들은 다들 너무 순해빠졌다. 빌지 윗부분을 뜯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카운터로 돌아가 아쳐에게 영수증 아랫부분 빌지를 내밀었다.
기분나쁜 기색으로 영수증을 받아든 궁병은 거기에 적힌 글씨를 아주 주의깊게 읽는 것처럼 내려다보았다. 아쳐의 시력이니만큼 글씨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닐 테고, 음식에 무슨 독을 타야 제일 감쪽같은지 궁리라도 하고 있는 건 아닐지?
“주방에 들어가겠다. 카운터를 부탁하지.”
“맡겨두라고.”
물론 요리에 관해서는 프로인 남자라, 자신의 작품에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만.
동시에 랜서는 기계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컵을 준비했다. 쟁반에 스틱형 설탕과 작은 액상크림을 던져두는 사이 테이블을 두시간째 차지하고 책을 읽던 손님이 계산을 하고 가게를 떠났다. 현명한 선택이다. 길가메시가 이 가게에 자리잡고 있는 한은 평안한 독서를 위한 환경과는 거리가 좀 멀어질 테니까.
“형, 그럼 진짜 최고속도가 170이 넘어요?”
“제대로 된 로드 레일이 아니라면 그 정도 속도까지는 낼 수가 없다! 하물며 그 짧은 팔다리로는 제대로 핸들을 쥘 수도 없지 않느냐.”
“에이, 나 말고 형이 운전할때요! 사촌 형이 가진 바이크보다 훨씬 크고 멋있게 생겼는데!”
“음하하하하하하핫!!”
실컷 바이크를 구경하고 돌아온 아이들은 길가메시 주변에서 왁자지껄 떠들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들의 위력이란거 진짜 놀랍구만.
손님이 앉았던 자리를 치우고 걸레질을 하는 동안 저 영웅왕이 아무런 시비도 걸지 않다니! 가게에 매일같이 아이들이 넘쳤으면 좋겠다.. 아니, 아예 점주에게 키즈 카페로 업종을 바꾸는 것을 권유해보는 것은 어떨까.
테이블을 정리하고 빈 컵을 수거해 카운터로 돌아가자 아쳐가 쟁반 위에 샌드위치와 커피를 막 세팅한 참이었다.
“맛있게 드십쇼~”
그 쟁반을 서빙하는 것도 자신이 할 일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테이블 위에 쟁반을 내려놓고 포크며 냅킨을 삭삭 셋팅한다.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와 커피가 앞에 차려지는걸 뚱한 얼굴로 내려다보던 길가메시는 서빙을 마치고 휙 뒤돌아 발걸음을 내딛는 랜서를 향해 손을 뻗어 꼬리처럼 뒤에서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기다려라!”
“켁!”
길가메시는 그 그립감이 퍽 마음에 들었다.
금속 재질의 장신구로 가지런히 모인 머리털이 마침 딱 잡기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졸지에 기습같은 공격을 받아 허리가 뒤로 꺾인 랜서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척추가 부서졌을 것이다.
“대체 무슨 짓이냐, 네녀석!!!”
“나이프가 없군. 가져와라.”
“샌드위치를 먹는데 무슨 나이프가 필요하다고!?”
랜서는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 얼얼한 뒷통수를 어루만지며 버럭 외쳤다. 근력B랭크의 힘으로 잡아당겨진 머리털이 죄다 빠져버리지 않는게 용했다.
손에 든 쟁반이 플라스틱이 아니라 스테인리스만 되었어도 이걸 저 영웅왕의 정수리에 내리찍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가로가 아닌 세로로)
쟁반을 나붙이처럼 쥐며 으르렁거리자 길가메시는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흥! 이 가게는 손님의 요청을 마음대로 거절하는 곳인가?”
“크으윽..”
진짜 치사하게 더럽게도 이럴 때만 손님이지..!
말문이 막혀 분한 기색으로 이를 갈자 길가메시는 하.. 하고 나른하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다. 아무래도 상대방을 내려다보는 것이 마음에 든 표정이라, 랜서는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영웅왕의 그 뻔뻔한 안면을 빤히 쳐다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수개의 다종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거쳐온 랜서의 멘탈은 이정도의 진상 손님은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쌓은 것이다!
“자! 여기 있습니다 손님! 받으시죠!”
그래도 마냥 길가메시의 횡포를 참아줄 만큼 여유로운 것도 아니라, 랜서는 카운터에서 나이프를 가져와 탕!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튕겨오른 나이프를 가볍게 잡아챈 길가메시는 한쪽 눈썹을 휙 들어올리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무례하기 짝이 없군..!”
“호오.. 자기소개 하셔?”
두 붉은 눈동자가 허공에서 마주쳐 스파크를 방전시키는 듯한 풍경이었다.
가게에서 유일하게 둘의 신경전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마력의 흐름을 알아챈 아쳐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 곧 파손될 예정인 가게의 물건들을 투영하기 위해 주변을 가볍게 스캔했다.
호전적인 둘이 여기까지 와서 무기를 꺼내들지 않는 게 용하다, 고 생각했다.
“...흥.”
“쳇!”
하지만 둘은 뭔가 타협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홱 돌리며 신경전을 끝냈다. 둘을 주시하던 아쳐가 팔짱을 낀 채 투덜거리며 다가오는 랜서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뒷통수를 매만지며 인상을 쓰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은 언짢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전의에 불타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랜서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궁병의 눈길에 짜증스레 반응했다.
“뭔데?”
“아니, 머리카락이 방해가 된다면 그걸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이걸 잘라버리라고?”
“아까운 소릴 하는군. 앉아봐라.”
순식간에 까만색 참빗을 투영해낸 아쳐가 스툴을 가르키며 말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모습을 잠시 흩은 랜서는 냉큼 스툴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가사 전반에 대해서는 믿음직스러운 녀석이니까, 어떻게든 해주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
딱히 거창한 뭔가를 해 주려던건 아니었지만, 의외로 순순히 등을 보이고 돌아앉은 랜서를 내려다보는 아쳐의 눈빛이 조금 복잡해졌다. 대체 이 서번트는 어째서 이렇게..
“이 머리장식, 잠깐 풀겠다.”
“아. 괜찮아.”
사투를 벌였던 영령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온단 말인가.
그 세이버조차 자신의 영역에 허락도 없이 다가오는 영령에게 있어선 긴장을 풀지 않는데, 그렇다고 그가 아예 스스럼없이 약점을 내보이고 있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과 달리 손은 멈추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달칵,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머리장식이 풀리자 서늘한 감촉의 머리카락이 손바닥 가득 잡힌다. 촘촘한 참빗으로 한번 빗었는데 걸리는 곳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머릿결이었다.
“......”
반사적으로 머리에 대한 칭찬을 내뱉으려던 궁병은 입술 안으로 말을 꾹 삼켰다. 여성도 아니고, 아일랜드의 대영웅이나 되는 남자에게 그런 칭찬은 조금 부적절한것으로 느껴졌다. 딱히 머리카락 말고도 그를 수식하는 멋진 말들은 잔뜩 있지 않은가.
그래도 이 창병의 머리카락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질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는..
신화 속의 영웅을 동경했던 남자로써 제법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오, 끝났어?”
“별 것 아니었다.”
중구난방인 머릿속과 달리 입밖으로 나오는 말은 차분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 것이라고는 뒷통수 정중앙에서 모아 묶은 머리를 조금 옆으로 옮겨 머리카락을 앞으로 넘기기 쉽게 만들었을 뿐 딱히 솜씨가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호오.. 하고 소리내어 감탄한 랜서는 거울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만족스레 웃었다.
“음! 맘에 든다! 이제 뒤에서 누군가가 함부로 머리를 잡아당기는 일은 없겠지!”
“훗.”
“내일도 좀 부탁한다고?”
“스스로 해라.”
내일도 랜서의 머리카락을 만질 수 있다니.. 라고 들뜨기 시작한 속내와 달리 싸늘하게 나간 대답에도 랜서는 사람 좋게 웃으며 그래, 그래! 하고 대충 대답하며 아쳐의 어깨를 두들겼다.
*
찰싹 달라붙어 노닥거리는 둘을 꼴 보기 싫다는 얼굴로 쳐다보던 길가메시가 커피잔을 막 들어올린 순간이었다. 손가락에 얇게 감긴 푸른색 실타래를 발견한 그는 커피를 내려놓고 손을 눈 앞으로 들어올렸다.
얇은데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선명한 푸른색. 실이 아니라 손바닥에 남은 누군가의 머리카락이란 걸 깨달은 영웅왕은 손을 털어내려다 잠시 멈췄다.
자연스레 인간들 사이에 녹아든 남자라 그리 보이지 않지만, 사실 푸른색은 자연적으로 발현하기 힘든 색이다. 염료로 푸른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도 겨우 중세에 들어서였고 그 전까지 푸른색은 왕후장상에게만 허락된 고귀함의 상징이었다. 꽃이나 동물중에서도 푸른색을 지닌 것이 없는데 하물며 평범한 인간이 푸른색의 체모를 가질 수 있을 리가.
이 머리카락이 아마도 그가 가진 수많은 반신의 증거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같잖아졌다.
손가락에 감긴 머리카락을 다른 쪽 손가락으로 떼어내 들어올린 순간, 하하하! 하고 경쾌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가게 안을 메웠다 금새 사라졌다. 웃음을 뚝 멈춘 랜서는 궁병의 어깨를 팡팡 두들기며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 폼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흐음..”
말로는 앙숙이니 악연이니 하지만 깨닫고 보면 열에 다섯번은 둘을 동시에 발견한다. 저런 녀석과 딱 달라붙어 다니다니 비위도 좋지, 적응력만큼은 놀랍다. 어쩐지 기분이 언짢아진 길가메시는 손가락으로 잡고 있던 푸른 머리카락 한 올을 허공으로 떨어뜨렸다. 가게 바닥이 아닌 금색으로 빛나는 공간의 틈새에 삼켜진 머리카락을 확인한 길가메시는 랜서가 보았다면 일단 뒤로 한보 물러날만한 얼굴로 웃으며 어깨를 의자에 기댔다.
이 것으로 저 잡견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열가지는 된다.
딱히 복잡한 수를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곤란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래서야 재미가 없지. 저 주제도 모르는 광견이 먼저 무릎을 끓고 빌게 만드는 일이라든가.. 아니면 꼬리에 불이 붙은 모양새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꼴이라든가..!
“후후.. 하하.. 하하하하하핳하하!!!!”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영웅왕을 수상한 눈으로 바라본 창병과 궁병은 소음을 참지 못하고 슬슬 자리를 뜨려고 하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서로를 찔러댔다.
“왜 갑자기 웃지..? 야. 조용히 좀 시켜봐.”
“갑자기 세이버의 얼굴이라도 떠올린게 아닐지? 네가 먼저 가라 쿠 훌린.”
“저거 지금 칼 들었다고!”
“그 칼을 가져다 준 게 본인이 아닌가!”
“빌어먹을..!”
커플링적인 텐션이 너무 없는 글 같지만... 제 양심은 에미야밥에서 랜서가 그런 가슴으로 나온 순간 사라져버렸으니까요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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