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 이름이 뭐라고 했지..?”
한대위의 떨리는 목소리와 달리 미라미라는 힘차게 대답했다.
[두근두근 게이오브 하이스쿨입니다!]
한대위는 자신이 무슨 정신으로 교실까지 걸어온 건지 알 수 없었다. 게이.. 게이라고.. 게이면 그거잖아. 남자 동성애자. 그러고 보면 휘모리도 진모리도 모두 자신을 보며 눈을 과하게 반짝거렸지. 게다가 자신에게 잔뜩 치근덕대던 휘모리와 진모리의 도를 넘은 스킨십에다가, 순간 진모리의 능수능란한 키스를 떠올린 한대위가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뜯기 시작했다. 사실 진모리의 테크닉은 객관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 속의 플레이어로써 한대위는 무조건적으로 감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한대위는 현실의 진짜 진모리도 저렇게 능숙할까.. 까지 생각하다가 머리를 세차게 털었다. 스스로 떠올린 생각에 경기가 일어날 것 같았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은 한대위를 발견한 학우들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평소에도 알바 때문에 늘 피곤한 기색인 녀석이었지만 오늘은 세상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암울하게 책상에 앉아 음산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야.. 너 괜찮아?”
“왜이래?”
[한대위님, 많이 피곤하신가요?]
평소 엎드려서 잠만 자다가 점심시간에만 비척대고 일어나고 가끔 수업이나 땡땡이치는 불량학생 한대위였지만 일단 아이들은 한대위를 그렇게 어려워하진 않았다. 다른 노는 아이들처럼 수업 분위기를 흐리거나 괜히 센척하며 으르렁거리는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대위는 그런 주변 아이들이나 수업하러 들어오는 선생님도 알아채지 못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눈에 띄게 헬쓱해진 한대위를 본 1교시 문학선생은 한대위를 양호실로 보냈다. 원래 자는 아이들도 터치하지 않을 정도로 느긋한 선생님이서 그런 모양인지 한대위는 졸지에 수업중인 복도를 지나 터덜터덜 양호실로 향해야 했다.
“...양호실엔 설마 없겠지.”
고등학교에 입학해 양호실은 가본 적 없지만 문학선생님이 그대로인걸 보면 상당히 현실 반영이 잘 되어있는것 같았다.
건강 빼고 시체인 진모리나 휘모리가 설마 양호실로 찾아올 리는 없으니 양호실은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한대위는 옆에서 오늘의 진도를 축하하는 미라미라의 초음파 목소리를 무시하며 양호실 문을 드르륵 열어제꼈다. 그리고 흰 가운을 입고 신문을 읽는 양호선생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어? 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노크도 없이 누구야?”
짜증난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올린것은 한대위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어, 언제 우리 학교에 취업한거지..
“뭐야, 너냐? 대련하다가 어디 다치기라도 한거냐.”
큼직한 뿔테 안경으로 가려지지 않는 수려한 외모, 짙은 녹색의 올백머리를 가진 남자는 사지 멀쩡해 보이는 한대위를 위아래로 흩어보았다.
진모리와 휘모리처럼 그에게도 스포트라이트처럼 조명이 반짝였는데 허름한 공립학교의 양호실이 아니라 무슨 드라마 셋트장처럼 근사해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학교 선생이라는 신분은 망각한건지 떡 하니 입에 문 담배가 연기를 몽실몽실 피워올렸다. 그나저나 Q씨는 저게 진짜 본명인가. 머리 의엔 Q라는 대문자 알파벳만 떡하니 떠 있었다.
“어.. Q... 선생님...?”
“왜.”
[호감도가 10 상승하였습니다.]
대답했다! 선생님이란 단어에 대답했어..!
이쯤 되니 이 무시무시한 상황에 울음마저 터질 것 같았다. 한대위가 입을 다물고 Q와 눈을 마주친 상태로 가만히 서있자 미라미라가 환희를 이기지 못하고 뾰로롱 날아올랐다.
[어머나 세상에! 벌써 세번째 공략대상이에요!]
나도 알아. 제기랄.
다행인 것은 휘모리나 진모리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호감도가 오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한대위는 잠시 이대로 뒤를 돌아 도망쳐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Q의 태도에 천천히 양호실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만약 Q가 현실만큼 강하다면 도망쳐도 세 발자국 떼기 전에 잡힐 것이다.
한대위가 주춤거리며 양호실 문을 닫고 서자 Q는 보던 신문을 접어 책상위에 올려넣고 이상하다는 듯 한대위를 올려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선생님께 말씀은 드리고 온거냐?”
“아, 네. 문학선생님이 가라고 해서요.”
“가도 된다는게 아니라 가라고..? 너 안색이 왜그래.”
그제서야 한대위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지 Q가 한대위를 불러 의자에 앉혔다. Q는 제법 능숙하게 한대위의 찬 손을 주물러보고 체하진 않았는지, 가슴이 답답한지 이것저것 문진을 해 보았다.
한대위는 Q가 자신의 손을 만지자 흠칫 놀랐지만 그저 진찰만을 위한 담백한 손길에 안심했는지 이내 어깨의 힘을 풀었다. 음 뭐랄까. 이 사람 진짜 어른이구나.
한대위는 새삼 놀라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진모리나 휘모리처럼 막 달려들면 내 힘으로는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Q는 그런 한대위의 예상을 비웃듯이 제법 상냥했다. 옆에서 이벤트 하나는 뽑을 수 있겠죠..? 하고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는 미라미라만 아니었으면 그의 곁에서 제법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열도 없고.. 체한것도 아닌데 왜 안색이 썩었지. 저혈당인가. 너 아침은 먹었냐?”
“네. 먹었는데요.”
“그럼 좀 쉬고 있던가.”
Q는 책상 옆의 커튼을 열어 양호실 침대를 턱짓으로 가르켰다. 철제 프레임을 가진 작은 침대가 두개정도 있었는데 아침부터 양호실에 온 학생은 없는지 두 침대 다 구김 하다 없는 흰 시트가 깔려있었다.
“편한대로 누워 있어.”
Q는 아직도 어색하게 서있는 대위를 침대에 눕히고 군용 담요 비슷한것을 덮어주었다. 조금 싸늘했는데 담요를 덮자 금새 체온으로 몸이 덥혀지는 기분이라 한대위는 미간의 힘을 약간 풀었다.
“아. 저기요.”
한대위는 반사적으로 침대 옆에 서서 커텐을 만지는 Q의 가운 끝자락을 잡아챘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고,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데 그동안 자신의 멘토였던 그를 보니 의지하지 말라는게 무리였다.
“..상담할 게 있는데.”
[호감도가 15 상승하였습니다.]
흥미로운 눈으로 침대 옆의 의자에 앉는 Q를 보며, 한대위는 저 빌어먹을 반투명 창만 없으면 지금보다 두배는 더 행복해질거라고 생각했다.
“그.. 음.. 친한 친구가 있는데요.”
“그래.”
“걔가 갑자기 저한테 뽀뽀를 하는 거에요..”
[상대방의 호감도가 5 상승하였습니다.]
약간 놀란 기색으로 뿔테안경을 스윽 만지는데 뜬금없이 왜 호감도는 처 오르는지 모르는 일이다. 휘모리와 진모리는 호감도가 오를 때마다 반응이라도 보였지 Q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사실 Q가 너무 태연해서 한대위는 눈 앞에 떠오르는 호감도 창의 진위여부를 의심하게 될 지경이었다.
“뽀뽀라.. 벌칙같은걸로? 어디에다가 했는데? 볼에다가?”
“입에다가요.”
한대위의 대답에 Q는 벙찐 얼굴로 그를 쳐다봤는데 그 사이에 호감도가 두번이나 올랐다. 옆에서는 미라미라가 아주 난리를 치고 있었다.
“만약 그 친구가 너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 이상 진도를 나가려고 하거든 콘돔은 꼭 챙기라고 해라.”
“아니에요.”
“이거 참. 성교육을 다시 해야 하나.”
“아니라니까요!!”
Q는 자신의 농담이 웃긴지 킬킬거렸고 한대위는 억울한 얼굴로 씨근덕거렸다. 이렇게 농담으로 치부해주는게 차라리 고맙긴 한데. 전교에 한대위의 친구라고 할 사람이 한 손에 꼽을 정도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지 한대위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조그맣게 말을 이었다.
“저는 걔를 친구로는 좋아하는데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뭐 그리 심각해? 고백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장난일수도 있지.”
장난은 아니에요... 무려 저한테 성욕을 느꼈단 말입니다. 그 진모리가.
그 말을 꿀꺽 삼킨 한대위는 어렵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혀를 막 넣어서 빠는데 걔가 너무 잘해서 기분이..”
“푸큽!?”
쿨럭쿨럭하고 잘못 넘어간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Q가 눈꼬리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기침을 했다. 양호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담배를 비벼 끈 Q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자 한대위는 그 당황한 얼굴에 미안함마저 느꼈다.
“뽀뽀가 아니라 키스를?”
“예.. 뭐..”
“그런데 기분이 좋았다고..?”
Q의 목소리에 한대위가 앉은채로 펄쩍 뛰었다. 부끄러움에 한대위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기분 좋았다고는 안 했어요! 그, 그냥 처음이라 놀라서!”
“아~ 처음이었다고?”
“.....!!?!?!?”
호감도가 순식간에 세번이나 올랐다. 한대위는 이마 위로 손을 올리고 아니에요.. 라고 중얼거리며 빨개진 얼굴을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 Q의 눈은 처음보다 퍽 다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궁금한건 뭔데? 원래 키스란게 그렇게 짜릿한건지 물어보고 싶어서?”
“아오, 아니라니..!”
벌컥 짜증을 내려던 한대위는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위로 들러올린 Q의 얼굴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지긋하게 자신의 눈을 쳐다보는 Q의 얼굴이 왠지.. 익숙한 거리감인데.. 한대위의 등에 식은땀이 쭉 흘렀다.
“Q 선생님..?”
“왜.”
“너무 가까운데요..”
슬금슬금 뒤로 몸을 빼도 거리가 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Q가 그만큼 상체를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키스가 궁금한거 아니었어?”
“아닌..!”
헙 하고 숨이 막히는 소리와 함께 Q의 입술이 한대위의 입술을 폭 덮었다.
[호감도가 20 상승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성욕을 느낍니다.]
[한대위님! 세, 세번째 이벤트에요! 침대가 있으니 어쩌면..!?]
‘제기랄!’
믿었던 Q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커서 한대위는 거의 울 뻔 했다. 그러나 한대위는 울지도 Q를 밀어낼수도 없었는데 그 이유는,
“흐응.. 응..!”
“.....”
“으흐...”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입술을 빨아 올리자 저절로 입이 열렸다. 부드럽게 잇몸 위를 흩은 혀에는 담배냄새가 묻어 있었지만 역겹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뜨거운 그 혀가 잇몸과 이 사이를 부드럽게 문지르자 저절로 턱에 힘이 빠져버렸다. Q는 아주 능숙하게 한대위의 혀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왔다. 진모리처럼 허겁지겁 달려드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조금 느린 편이었는데도 한대위는 반항하지 못하고 숨만 내쉬었다.
“흐응..”
뾰족하게 세운 혀 끝으로 한대위의 혀를 희롱한 Q가 한대위의 혀 밑을 간지르자 한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아주 요상한 콧소리를 내버렸다. 뒤이어 애를 태우듯 입천장의 오돌도돌한 부분을 혀로 쓸고 지나가자 저절로 허리가 튕겨올랐다. 스스로의 언행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한대위는 한번 신음이 터지자 자제할수가 없었다.
“으응..!”
Q를 밀어내기 위해 그위 어깨 위로 올린 손은 어느새 힘이 빠져 간신히 그의 셔츠를 잡고 매달려 있었고, 상체를 덮듯이 침대 위에 누운 한대위에 올라탄 Q는 아주 느긋하게 한대위에게 공들여 키스했다. 사실 Q는 혀로 체리꼭지 세개를 단번에 묶어낼 정도의 테크니션이었다.
하지만 그런 Q도 한대위가 이렇게까지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릴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혀를 살짝 깨물고 볼 안쪽을 부드럽게 빨아올리고 집 안 전체를 성감대로 만들어버릴 기세로 잔뜩 자극하자 한대위는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다.
늘 인생 재미없다는 표정의 녀석이 키스 한번에 잔뜩 풀린 눈이 되어버리니 Q도 슬쩍 회가 동했다.
‘..이럴 수가.’
진모리의 키스가 그냥 커피라면 Q는 TOP.. 한대위는 Q의 능수능란한 테크닉에 정신없이 흐물거리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 진짜 키스란게 이런 건가. 영화속에서 다리가 풀리던 여자들이 격하게 공감되었다. 맨 정식으로 이런 키스를 받으면 누구라도 힘이 빠져 다리가 풀릴 것이다. 한대위는 웃기게도 자신이 침대 위에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서 있었다면 분명 꼴사납게.
“야.”
순간 Q가 피식 웃으며 한대위의 볼을 툭툭 쳤다. 멍하니 Q를 올려보던 한대위가 그제서야 깜짝 놀라 아직도 꽉 쥐고 있는 Q의 셔츠에서 손을 확 떼냈다.
“두번째 키스는 어땠어?”
어느새 침대 위에 앉은 Q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 한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좋았.. 까지 입밖에 내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Q는 그것이 한대위가 부끄러워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미라미라가 그들의 적나라한 키스씬을 찍어 한대위 눈 앞에서 활짝 펼쳤기 때문이었다.
[헤헷, 잘 나왔죠!? 대위님의 눈이 몽롱하게 풀린게 평소보다 훨씬 섹시해 보이네요.]
시, 시발면 같은...
한대위는 눈을 반쯤 감은채 여유롭게 자신의 위에 올라탄 Q와 그 밑에서 정신 못 차리고 허덕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 차라리 눈을 꾹 감아버렸다. Q앞에 서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학생이라도 된 모양새라 자존심이 다 상한다.
이를 으득 간 한대위의 가슴 위로 Q의 큼직한 손이 슬그머니 내려앉았다. 한대위는 슬쩍 자신의 교복 단추를 푸는 Q의 손을 발견하고 눈을 떠 그를 올려보았다.
어느새 자신의 위에 올라탄 그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때. 키스 다음 단계는 궁금하지 않아?”
“키스 다음,”
[이라면 역시 섹스죠!! 꺄아악!! 양호실 쎆쓰-!!!!!]
이 미친 요정이!!
큐가 잔뜩 치명적인 미소를 지었으나 한대위는 옆에서 매미처럼 쎆쓰쎆쓰 하고 우는 미라미라를 경악한 눈으로 쳐다보기 바빴다. 그 때문에 Q에게 제대로 반항할 틈도 없이 넥타이가 벗겨지고 셔츠의 단추가 죄다 무장해제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대위는 자신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미라미라가 일부러 저런 경박한 짓거리를 했다는 음모론을 믿게 되었다.
“Q선생님, 으, 잠깐만요..!”
“호오. 튕길줄도 알아? 귀엽네.”
[호감도가 9 상승하였습니다.]
이 미친! 튕기는걸 싫어하든가 좋아하든가 하나만 해라!
Q가 재밌다는듯 이죽대며 한대위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스윽 흩었다.
남자치곤 흰 피부에 달린 유두는 웃기게도 연한 분홍색이었다. 사실 유두 색이라는게 여성호르몬이 많을수록, 만질수록 짙어지는거라 남자가 색이 연한건 당연하긴 한데 한대위의 유두는 지나치게 색이 고왔다.
그 깜찍하고 귀여운 유두는 게다가 예민하기까지 했다. Q의 손길이 닿자마자 한대위가 흠칫 놀라며 당황하듯 자신의 가슴을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내 가슴 왜이래!?’
한대위는 어느새 자신의 상체가 공기중에 드러났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가슴이 지나치게 간지럼에 민감하다는 사실과 여자처럼 유두가 꼿꼿하게 서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겁했다.
[우웅~ 플레이어의 육체는 섹스에 최적화있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을 거에요!]
그, 그걸 말이라고!
Q가 엄지와 검지로 한대위의 꼭지를 가볍게 쥐어 흔들자 한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움찔움찔 튕겼다.
“너 귀엽다?”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로 색이 고운 유두가 Q의 손가락에 빙글빙글 돌려지기도 하고 짖궂게 꼬집어지기도 했다. Q는 만져주는 대로 솔직하게 반응하는 한대위의 유두를 괴롭히는 것만으로 한대위의 얼굴을 키스 직후의 그것으로 만들었다.
Q가 발딱 선 유두를 혀로 내어 햩자 한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흐으으 하고 신음을 흘렸다. Q가 유두를 혀로 간지럽히고 빨아 주는데 키스의 여운으로 반쯤 흥분했던 한대위의 다리 사이가 절로 움츠러들 정도로 짜릿했다. 자신이 여자도 아닌데 가슴으로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대위가 안간힘을 쓰며 느끼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입으로는 잔뜩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흐읏.. 서, 선생님..”
헐떡이는 목소리는 평소 자신의 목소리답지 않게 물기에 젖어있었다. 이미 한대위의 양쪽 젖꼭지는 Q의 침에 잔뜩 젖어 있었고 분홍색으로 물들어 발딱 서 있었다. 쭙, 하고 Q가 한대위의 유두를 강하게 빨아올리면 한대위는 바르르 떨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들어 Q에게 가슴을 더 들이댔다. 그러면 Q는 피식 웃으며 긴장한 한대위의 등줄기를 손가락으로 주욱 그려내렸는데 그것은 본능과도 같은 게임의 시스템이라 한대위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라고 일단 한대위는 생각했다.
한대위는 고작 Q의 키스와 애, 애무.. 그 단어를 떠올린 한대위는 잠시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Q가 가슴을 빨아주는 것 만으로 사정감이 강하게 올 정도로 느껴버린 자신의 몸뚱이를 저주했다. 필사적으로 다리를 꼬았지만 점점 흥분이 극에 다다르고 있었다.
“흐음. 가슴 빨아준 것만으로 이렇게 흥분한거냐?”
“흐읏..!”
순간 Q의 손이 예고없이 한대위의 다리 사이를 텁 눌렀다. 그 바람에 찔끔 속옷에 약간 정액을 토해낸 한대위의 눈꼬리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쉿. 울지 말고. 못 참겠으니까.”
울지 말라면 더 울고싶어지는게 사람의 심리였다. 한대위는 이를 악물고 사정을 참기 위해 손등을 깨물었으나, 유두를 아프게 깨물며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기둥을 강하게 문지르는 Q의 손에 사정해버리고 말았다. 안간힘을 써 참고 또 참다가 사정해버려서인지 한대위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생리적인 눈물 한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베개로 또르르 흘렀다.
‘쌌어..!’
그것도 Q손에! 가슴 빨리면서..!
한대위의 남자로써의 자존심 비슷한 것이 우르르 무너져내렸다. 억울한 건 그게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야한 비디오나 잡지같은걸 보면서 자위한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좋지는 않았다. 원래 남이 해주면 이렇게 좋은건가 싶었다.
한대위가 자괴감에 입을 꾹 다물고 있자 Q는 보란 듯 한대위의 정액에 젖은 손을 꺼내 휴지로 손을 닦았다.
“바지 벗지?”
“네!? 왜, ㅇ왜요!?”
“속옷은 어쩔수 없지만 바지까지 젖게할 수는 없잖아.”
Q에게서 휴지를 받아든 한대위는 주춤주춤 다리 사이를 닦아냈다. 뒷처리를 남이 보는 앞에서 하는건 처음이라 너무 부끄럽고 민망했는데 Q는 자리를 비켜달라는 소리를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어차피 내가 보고 주무른 곳인데 새삼 부끄러워하긴. 너 지금 내외하냐?”
“....아니에요..”
도저히 말빨로는 그를 이길 수가 없었다. 한대위는 바지를 벗고 푹 젖어버린 속옷을 얼른 벗어냈다. 신성한 배움의 터에서 노팬티라니 너무 어이없고 억울했다..
바지를 입고 셔츠의 단추를 마저 잠그는데 발딱 일어선 유두를 어찌나 세게 깨물어 댔는지 셔츠에 스치자 따끔하게 아팠다.
한대위가 곤란한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보자 Q가 서랍을 뒤져 정사각형 모양의 밴드를 꺼내주었는데, 한대위는 크게 수치스러워하며 그 밴드를 유두에 붙일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셔츠에 유두가 스쳐서 조금씩 느껴버리는 것보단 나았다.
“왜 그리 한숨이야?”
“부끄러워서요..”
“고민은 사라진 모양이네.”
개운한 얼굴로 그리 말하는 Q의 얼굴을 본 한대위는 이독제독이라는 속담을 떠올렸다. 고민을 피하기 위해 더 큰 고민을 얻는다는게 해결책이라는건가 이 사람은.. 어쩔 땐 어른 같으면서도 어쩔땐 한없이 유치한 사람이었다.
젖은 속옷과 휴지를 양호실 휴지통에 통째로 버려버린 한대위는 수업시간이 끝났다는 종이 울리는 것을 신호로 후다닥 양호실을 탈출하려다가 그대로 Q위 손에 뒷덜미가 잡혔다.
“어딜 가려고.”
나직하게 한대위의 귓가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한대위는 등에 소름이 돋는다는 것이 뭔지 사전적으로 확실히 깨달았다.
정말 드물게도 한대위는 말을 더듬거리며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수, 수업 들어가야 하는데요..!”
평소 행실이 불량하기로 유명한 한대위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Q는 더 괴롭히지 않고 한대위를 놔주기로 했다. 어차피 어디 갈 일도 없겠다, 이렇게 감도 좋은 몸을 하고 얌전히 있을 수 있나 싶은건 둘째치고 말이다.
Q는 팔과 벽 사이에 한대위를 가두고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수업 몇 교시냐.”
“어.. 7교시요.”
“수업 마치면 양호실로 와. 나머지 공부 시켜줄 테니까.”
“.....”
Q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달리 한대위의 얼굴은 본인이 감내할 수 없는 커다란 심적 부담감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돌아버리겠다..
미라미라는 새로운 이벤트 예감이에요! 라고 포르르 날아다니기 바빴지만 Q의 목소리를 들은 한대위는 발밑에 지옥행 특급게이트라도 열린 것처럼 절망스러워졌다.
“알바가야 되서 그건 좀..”
“그래? 그럼 알바 끝나고 데리러 갈까? 몇시에 끝나는데?”
저기요. 이러시면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
한대위는 은근하게 더 얼굴을 가까이하는 Q를 피해 문을 열고 후다닥 달려나갔다.
Q는 이번에는 한대위를 잡지 않고 양호실 문에 기대 배부르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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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아마 교류전 원고로 나올 것 같네요^///^a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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