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쳐 쪽이 무자각 슈퍼 짝사랑중인 궁창입니다.....u.u
할아시공이지만 겜한지 10년넘어서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어요ㅠ.ㅠ
까마득한 고층 빌딩 위에 붉은 외투의 인영이 서 있었다. 그것이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은 폭이 채 한 뼘도 되지 않는 피뢰침의 받침대. 애초에 사람이 머무르도록 설계된 장소가 아닌 데다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강풍이 쉴새없이 몰아치고 있는데도 불안정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상으로부터 150m도 넘는 높이를 발 아래 두고서도 땅을 밟은 사람보다 태연히 시선을 멀리 보내고 있었다. 망원경도 뭣도 없어 기껏해야 눈에 담기는 것은 이 도시의 정경 정도일 테지만 붉은 외투의 인영은 아쳐 클래스의 영령, 그것도 저격이라는 초장거리 공격을 전투방식으로 확립한 남자였다. 그 시야는 반경 5km안의 모든 글자를 읽어낼 수 있는 정도로, 현재는 약 7km가량 떨어진 구시가지의 상점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거리에서도 통행인의 이목구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시선이 머무르는 대상은 점심거리를 준비하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할인 간판을 내걸고 토막생선이 든 유리 냉장고의 표면을 닦고 있었다. 가려진 지붕 아래로 보이는 얼핏 보이는 파란 머리카락은 너무나 선명해서 길거리에서 한번 스치듯 지나간다 해도 일주일은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었다. 그때 한 인물이 다가와 말을 거는 것처럼 손을 약간 흔들자 파란 머리의 남자는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쳐의 눈썹이 살짝 아래로 내러간다 싶더니 눈동자에 마력이 깃들어 시력을 강화했다. 아무리 마력을 쏟아붓는다 해도 건물 안쪽까지 투시할수는 없었지만,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게 보이던 인영이 새끼손가락만한 크기로 보일 정도로 시야가 가까워지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랬다. 현재 이 말도 안 되는 이능을 여러개나 선보인 남자의 목적은 오로지 어떤 한 사람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었다. 도시 안에서 다발적으로 수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하루가 멀다 하고 가스 누출로 기절하는 사람들이 수백명 단위로 발생하지도 않는다. 단지 도시 안에 특이한 머리색을 가진 외국인들이 몇 명 늘어났을 뿐이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배전쟁의 승자가 없이 종결된 탓에 서번트가 좌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현계한 채 전투하지 않는다는 이상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평범하다고 부르기엔 비누방울보다 얄팍한 기만이라고 생각하지만..
“......” 다른 서번트들이 그것을 못 알아차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럼에도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른 서번트들과 마스터들이 이 일상에 순응하기로 암묵적으로 정했기 때문인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든 세이버나 랜서, 라이더와 달리 아쳐는 머리 한 구석이 초조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스터인 토오사카 린은 아쳐의 걱정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만류하지는 않았다. 그는 아주 유능한 서번트임과 동시에 마술사였고, 그의 저런 성실한 성격이야말로 아쳐를 인간의 한계 이상으로 강해지게 한 원동력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린은 순순히 아쳐에게 마력을 공급했다. 합리적인 그녀의 사고방식으로 봤을 때 마력 낭비라고 생각할법도 하건만 그만큼 그녀는 그녀의 서번트를 믿고 있었다. 그는 린이 에미야저에 오갈 때에도 영체화한채 지붕 위를 지키거나 혹은 저택 주변을 살피며 손상된 방어마법이 있는지 살피고 신시가지의 최고층 빌딩에 올라 도시 전체를 스캔해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곤 했다. 아무런 사고도 사건도 없는 시간이 지나고, 잔잔한 호수 표면처럼 변화없는 생활감 속에서 자꾸만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초조함만 간헐적으로 치솟곤 했다. 나는 뭘 놓치고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럼 수호자로써의 감이 경고라도 보내는 것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불확실한 느낌일 뿐이라, 아쳐는 그저 마스터의 주변에 자신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위협이 숨어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할 뿐이었다. 처음엔 우연이었다. 도시를 내려다보던 중 시야에 들어온 랜서를 말없이 주시한다. 그때만 해도 랜서와 자신과의 거리는 3km이상으로, 살기도 투기도 없는 단순한 시선을 시력보정을 받지 않은 근접전투 클래스가 알아차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랜서는 시선이라도 느낀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반응에 아쳐는 랜서와 자신과의 거리도 잊은 채 몸을 은폐물의 뒤로 숨겼다. 설마 이 거리에서의 염탐을 알아차렸단 말인가!? 난간 위로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 아쳐는 평범한 가게에서 익숙하게 흥정을 하고 잔돈을 거슬러주는 창병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그건 우연인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의 시선을 느낀 것인가.. ‘방심할 필요는 없겠지.’ 무려 신화시대의 전승을 가진 남자다. 자신과는 격이 다른 영웅이니 어쩌면 이정도의 거리를 둔 감시조차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실제로 저 남자가 작정하고 간격을 좁히려 들면 이 정도의 거리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아쳐는 영체화한 채 거리를 벌렸다. 그가 일체의 도구 등의 도움 없이 랜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10km내외의 거리로, 그 이상 멀어지게 되면 랜서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에 지나친 마력이 들어간다. 전투중도 아니고 단지 서번트 하나를 감시하는 데에 린이 그만한 마력을 할당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단조롭군.’ 그로부터 세시간 동안 아쳐는 몇 번 위치를 바꿔가며 랜서를 감시했다. 감시한 보람이 무색하게도 랜서는 인간을 습격해 마력과 생명력을 흡수하거나 혹은 영맥으로 이동해 마력을 보충하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평범한 사람처럼 경제활동(아르바이트)을 계속했을 뿐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랜서를 시야에 담는다. 본능이나, 아니면 좀 더 근본적인 뭔가가 창병을 감시하는 것이 바로 정답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레귤러..”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서번트들이 현계한 이 상황 자체도 우스꽝스럽지만 그 중 제일이 바로 저 창병의 존재다. 본래 랜서의 마스터였던 신부는 분명 심장이 꿰뚫려 사망했을텐데.. 그렇다면 랜서가 현계하는데 소모되는 마력은 대체 어디에서 공급받고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그가 묵고 있는 교회는 아직도 마법적인 감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었다. 이 도시에 아쳐의 시야가 파고들지 못하는 몇 군데 안 되는 장소 중 한 곳. 어쩌면 그가 밖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지내는 것도 다른 서번트들을 기만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묘한 충족감이 가슴을 채웠다. 세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게 한 곳에 못박힌 파란머리의 마초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음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분명 저 창병이야말로 이 평안한 일상 속의 조커일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랜서를 감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에서 떼지 않는 것이 서번트로써 자신의 의무가 아닌가? 아쳐는 어느새 스스로가 랜서를 감시하기 위한 명분을 세우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스토킹이라 불러도 무방했다. * 감시의 기본은 대상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쳐가 확인한 바, 그는 오전 느즈막한 시간에 교회에서 나와 시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항구에서 낚시를 하곤 했고, 그것도 아니면 공원을 어슬렁거리거나 어느 날은 교회 밖으로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랜서의 동선이야 뻔했지만 교회에 아직도 원거리에서의 마법적 간섭을 차단하는 결계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감시의 불확정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회의 결계를 해제할 방법을 찾거나 랜서가 자신이 감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 정도의 방법이 있지만.. ‘첫번째 방법은 위험부담이 너무 커.’ 아슬아슬한 평화를 지속하는 상태에서 어설프게 결계를 뚫으려 했다간 교회를 공격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 쉬웠다. 게다가 결계를 해제한다 해도 아쳐의 능력으로는 돌벽을 투시해 랜서를 확인할 수도 없다. 흠, 하고 팔짱을 낀 아쳐의 얼굴은 더 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솔직히 말하면 개를 길들이는 방법 따위 하나밖엔 알지 못한다. 이 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아쳐 본인이 랜서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면서도 근거리에서 랜서를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랜서를 가까이에 둔다. 멀리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도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쳐의 가슴속에서 의욕이 불끈 솟아올랐다. “정말 번거롭기 짝이 없군..” 번거로운 짓을 해야 하는 사람의 얼굴은 아니었지만 듣는 이도 없는데 굳이 입밖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건 아마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동안 감시는 헛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랜서가 지금 어디쯤 가 있는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이시간이면 생선가게 아르바이트를 막 시작했을 때다. 저녁시간 피크가 닥치기 전에 모든 볼일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아쳐는 평소처럼 신시가지의 빌딩이 아니라 구시가지의 상점가로 걸음을 옮겼다. 실체화한 몸을 이끌고 창병 앞으로 간다는 건 생각보다 아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예상대로 가게 앞은 한산하다. 덕분에 저 멀리서부터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랜서는 아쳐가 가게 앞에 도착하자 마자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호오.. 꽤나 본격적인 차림인걸.” “첫 인사치곤 상당히 독특하군, 쿠 훌린.” “아, 그건 미안하게 됐다. 장바구니가 생각보다 어울려서 말이다.” 눈살을 찌푸린 아쳐 앞에서 랜서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순순히 사과했다. 이곳에 온 것도 의외지만 어깨에 자연스레 걸린 장바구니가 놀랍다고나 할까, 본인은 아주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쳐의 살림 레벨을 모르는 쿠훌린으로써는 상당히 의외의 조합인 모양이었다. 랜서는 자신과 말을 섞는 대신 냉장고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아쳐를 빤히 쳐다보다 툭 던지듯 물었다. “설마 생선이라도 사러 왔냐?” “말 대로다. 금눈돔이 상당히 신선해 보이는군.” “에, 그걸로 사게?” “냉동이 아니라고 써있는데 확실하겠지? 두 토막 부탁한다.” “물론 아닌데.. 초보가 만지기엔 어려운 생선인데, 뭐 해먹으려고?” “글쎄.. 우엉과 함께 조림을 해도 괜찮고, 신선하다면 조개와 버섯을 곁들인 술찜으로 해 먹어도 좋겠지.” “네가 그런 난이도 높은 요리를..? 괜히 비싼 재료 망치지 말고 꽁치나 구워먹는게 어때? 값도 훨씬 싸다고.” 맛이 좋은 만큼 돔을 손질하는 방법도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랜서의 걱정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느릿하게 금눈돔을 포장하는 랜서의 말에 아쳐는 훗, 하고 코웃음을 쳤다. 나름대로 생선가게 종업원으로써 각이 잡히는지 생선을 추천하는 방법이 상당히 세련되지 않았나. 그 내용도 상당히 의외다. 지금 설마 비싼 생선으로 요리를 망칠까봐 걱정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금눈돔이 있다면 도미 서덜도 있겠지.” “그것도 사게?” “물론이다.” “뭔가 본격적인데.. 아무튼 나는 경고했다?” 랜서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내뱉고는 진짜로 더 뭐라 하지는 않았다. 말없이 생선토막이 든 봉지를 아쳐의 가슴에 턱 갖다대고는 카운터에서 거스름돈을 셈해 동전을 건넨다. 오른손에 랜서가 건넨 동전을 받아쥔 아쳐는 얼른 가지 않고 뭘 하고 있냐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랜서의 눈동자를 빤히 주시했다. “랜서.” “뭔데?” “내일 저녁 밥을 먹으러 오는게 어떤가?” “.......?” 자신을 바라보는 아쳐의 또렷한 잿빛 눈동자에 랜서는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박자 늦게 하? 하고 소릴 내고 말았다. “뭐?” “토오사카 저택의 위치는 알고 있겠지.” “그야 알긴 아는데.” “준비를 해 둘테니 적당히 시간 맞춰 오도록.” 그 말만을 남기고 휙 걸어가는 아쳐의 뒷모습을 얼떨떨하게 보던 랜서가 버럭 외쳤다. 난데없는 데에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저녁식사 초대는 생전과 영령이 된 후를 통틀어서도 처음이었다. “잠깐만,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왜 거기까지 저녁밥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걱정 마라. 맛은 보장하지.” “그러니까..!” 엉뚱한 말만 남기고 휙 걸어나가는 붉은 궁병에게 다시금 뭐라 외치려던 랜서는 마침 도착한 손님을 응대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손님의 물음에 삼치와 고등어의 가격을 설명하면서도 주의는 자꾸 아쳐가 사라진 방향으로 쏠렸다. 최근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나타나선 뭐? 밥을 먹자고? ‘갑자기 이상한 약이라도 처먹은거 아냐!?’ 마토네 아가씨도, 세이버의 마스터도 아니고 저 녀석이 저녁식사 초대라니? 차라리 저 녀석이 건물 옥상에서 은밀하게 화살을 날렸어도 이보다는 덜 놀라웠을 것이다. 일단은 초대받은 연회에 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대체 무슨 꿍꿍이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아쳐’ 다. 수상쩍기가 이를 데 없는데.. 그럼에도 직접 가보지 않는 한 이 호기심을 풀 수 없다는게 너무 통탄스러웠다.
오타랑 비문은 천천히 수저ㅇ합니다..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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